잔치국수는 원래 잔칫집에서 먹는 음식이었다. 동네에 혼사가 있는 날이면 온 마을 사람들이 천막 안에 둘러앉아 국수 한 그릇을 후루룩 비우곤 했다. 그 풍경의 백미는 언제나 부엌이었다. 가마솥에 펄펄 끓는 물로 국수를 삶아 수돗가에서 재빨리 헹궈내고, 쫄깃함을 살려 그릇에 담아 육수 붓고 고명을 얹는 그 일련의 과정. 손과 손이 이어지며 척척 맞아떨어지는 협업 속에서 잔칫집의 정은 깊어졌다.
주말, 결혼식장에서 모처럼 그 풍경을 다시 마주했다. 장작불 대신 가스불이 놓였을 뿐, 커다란 가마솥을 걸고 국수를 삶아 헹구고, 한 그릇씩 정성껏 차려내는 모습은 옛 잔칫날 그대로였다.마치 시간이 잠시 거꾸로 흐르는 듯했다.
이날 고성체육관 구내식당에서는 이동균 민주평통 상임위원 딸의 앞잔치가 열렸고, 새마을부녀회와 동네 이웃들이 품앗이로 나서며 웃음과 온기가 넘쳤다. 경륜 많은 부녀회원들은 “옛날엔 잔치국수 삶느라 새벽부터 불 피웠지”라며 지난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 사이사이로 손님들과의 대화꽃이 활짝 피었다.
정성 들인 잔치국수 한 그릇에 떡 한 조각, 부침개 한 장을 입에 넣는 식탁은 어느 요리보다 귀했다. 그 안에는 깊이와 넉넉함이 있었다.담백한 품격이 있었고, 요란한 예식장에서 느끼기 어려운 진짜 울림이 있었다.
이제는 점점 사라져가는 이런 잔칫집 풍경. 그래서였을까. 찬바람 부는 스산한 점심나절, 국수 한 그릇의 온기는 오랜만에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신창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