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길을 잃은 적이 없다
허공으로 뻗어가는
잎사귀마다 빛나는 길눈을 보라
– 나무 / 고진하
The tree
has never lost its way.
On every leaf
stretching into the sky,
a shining eye for the road — behold it.
ㅡ Tree
by Ko Jin-ha
♤ 조각 평설: 고진하 시인의 ‘나무’ 조각시는 식물의 생장과 광합성이라는 나무의 과학적 사실을 상관물로 삶의 방향을 응축하여 보여준다. 이 시는 식물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이를 인문학에 잇대어 보면 감상이 더 즐겁다.
식물은 외부 환경 자극 중의 하나인 빛에 민감하다. 그러면 빛이 많은 쪽과 빛이 부족한 쪽 중 어디가 세포 신장이 잘 될까? 사람도 약한 자식에게 더 영양을 주어 키우고 싶듯이 식물도 약한 쪽이 혜택을 더 본다. 식물은 빛에 반응하여 일정한 방향으로 생장하는 ‘빛의굴절성(Phototropism)’지닌다. 줄기나 잎이 빛을 감지하고, ‘옥신(Auxin)’이라는 생장호르몬을 이용하여 빛이 적게 닿는 줄기 뒷부분의 세포를 더 신장시킨다.
쉽게 보면 더 늘어나서 밀어내니 약한 쪽이 기운다. 이 불균등한 생장으로 인해 나무는 마치 길을 아는 것처럼 해의 방향으로 정확하게 휘어지며 자라게 된다. 이는 생존의 본능이요 본질이다.
그렇다면 빛을 포착해야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포착을 이 시에서는 빛나는 길눈이라고 했다. 나무는 광합성을 위해 넓은 잎사귀나 많은 숫자의 잎을 지닌다. 잎의 세포 안에는 엽록체가 있어 빛 에너지를 포착한다. 빛나는 길눈 격인 엽록소(Chlorophyll)가 빛을 흡수할 때 생명 에너지는 발현되고 나무는 생존할 수 있다.
어떤가? 삶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이끄는 빛나는 길눈을 나는 가졌는가? 올바른 인생관이나 가치관일 수도 있고 건실한 목표 지향이나 진실된 종교적 신념일 수도 있다.
이 시를 교과서적으로 접근하면, 자연현상을 통해 생의 방향을 명확히 하고, 쉼없이 정진하여 깨달음이나 목표를 성취하는 존재로서의 이상적 인간상을 제시했다고 하겠다. 그런데 뭔가 제한적인 의미인 듯싶어 지우고 보면, 그 함축성이 길눈이 향하는 허공만큼이나 넓다.
숲 여행에 푹 빠졌던 평자의 경험으로는 나무는 빛을 향해 남쪽으로도 뻗지만, 그곳에 또 다른 나무가 무성하면 그 반대 방향으로 뻗는다. 사람들도 이리하면 어찌 부딪고 엉키겠는가?
* 고진하: 1987년〈세계의 문학〉등단, 시인, 목사,『야생의 위로』 등 시집과 『잡초 치유 밥상』등의 산문집, 숭실대학교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영랑시문학상 등 수상
ㅡ 평설: 이하(이만식) / 번역: 김경미(경동대학교 온사람교양교육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