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눈이 많이 내렸다. 밤시간 설악동에 진입하니 싸래기 같은 눈이 비오듯 쏟아진다. 먹구름에 가려 안보지만 울산바위를 비롯해 설악산 전체가 흰옷을 두껍게 입었을 것이다.
김정호 화백이 눈소식을 들고 스캐치하러 속초에 도착했다. 그는 아침 일찍 한계령에 도착해 작업을 하는 사이 멋진 설경을 찍어 보내준 바 있는데 저녁시간 그의 속초화실에서 지난 1년간 작업한 울산바위 그림과 마주했다. 올 4월 전시회에 나갈 작품들이다.
그의 화실이 위치한 중앙동 바닷가에서 봄직한 울산바위는 오늘 눈 덮인 모습과 흡사하다. 산과 바다의 도시, 산에서 바다를 보는 천혜의 도시 속초임이 한눈에 들어온다.풍경도 그림의 구도도 모두 절묘함에 감탄한다.
허나 이번 작품이 주목되는 것은 울산바위 설경을 그냥 회화적 묘사를 넘어 도시적 안목에서 대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들어 우뚝솟은 고층 아파트가 울산바위 배경 앞에 놓인 모습이 이율배반적인 자연도시 속초의 현실인데 그점을 도시공학적 감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가 흰눈의 울산바위 경관 앞에 회색빛 고층 아파트를 배치한 전략은 캔버스에서 고발이자 안타까움이다. 존재의 사실적 확인이 아닌 존재 자체의 거부를 의미하는 괴물의 실상을 보고하는 그의 회화적 항변이다.그의 그림은 그 점에서 사유적이고 인문적이자 시대적이다.
그는 자연을 응시하고 있다.그가 울산바위를 회화여정의 중심에 놓고 철학적 질문을 내면화 하는 것도 바로 자연의 위대함에 순응하는 것이자 순리에 대한 동의이다. 그의 화실 옥상에 올라가면 보이는 울산바위와 짙푸른 동해바다의 대향연, 그런데 어느날 부터 그 풍경을 가로막는 회색빛 건물들이 속초를 짓누르고 있고 그 압력만큼 그는 속앓이를 하는 침묵으로 캔버스 앞에 섰고 그 결과물이 바다에서 본 이 그림 울산바위와 속초다.
그의 성실한 회화적 증언은 그래서 소중한 기록의 차원으로 올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밥상에서 드문드문 발언을 하듯, 말과 표현을 아끼고 캔버스에 쏟아 부은 것이다. 그렇게 김정호는 관찰자로서 속초를 바라보며 지키고 있고 그의 사색과 통찰은 더욱 심해로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현실과 그의 지향간의 역설을 우리는 앞으로도 종종 그의 그림에서 만나게 될 것이고 그게 그의 그림 보는 즐거움이다.
글:김형자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