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고) 속초, 무너진 아파트 신화…그 피해는 시민 몫, 인허가 남발한 속초시 책임 커

0
884

속초의 아파트 시장이 거품처럼 꺼지고 있다. 이미 3만 세대가 공급된 속초에, 현재 1천 세대 넘는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다. 그런데도 인허가 받은 물량이 1만 세대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작 속초 인구는 8만 명 안팎. 이 간극은 도시의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속초시 당국은 한동안 ‘아파트를 지으면 사람이 오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신화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허상이었다. 수도권의 외지 자본이 ‘세컨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대거 유입됐지만,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집은 지역경제에 아무 도움을 주지 못했다. 수익이 줄자 그들은 빠르게 빠져나갔고, 도시는 텅 빈 집과 떨어지는 가격만 남겼다.그럼에도 도처에서 아파트 신축 공사가 진행중이다.

결국 손해는 시민들이 보고 있다. 최근 미시령로 근처에 신축빌라를 분양받은 시민은 “더 떨어질까 봐 겁나서 반값에 처분했다”고 토로했다.아파트 거래는 얼어붙었고, 분양가에 집을 사면 바보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미분양이 넘치고 신축중인 아파트 역시 분양에 고전중이다. 뒷거래 시장에서 반값이면 아파트 골라 잡는다고 한다.

이것은 단순한 경기 불황 때문만이 아니다.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공급만 밀어붙인 속초시 정책 실패의 결과다. ‘집을 지으면 사람이 온다’는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구조적 현실을 외면한 채 공급을 늘리면, 그 끝은 지금처럼 지역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속초는 지금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허상의 아파트 신화를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시민의 삶과 거주 실태에 맞는 주거 정책으로 전환할 것인가.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바꿔야 한다. 남은 집이 아니라, 남은 시민이 중요하다.

지난 10여 년간 수요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아파트 인허가를 남발한 속초시 행정 또한 이 파국에서 자유롭지 않다. 공급을 성과로 착각한 무분별한 개발 정책은 결국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전가했다. 이제는 책임을 묻고,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할 때다.

글:김수용(가명, 속초시민)

댓글 작성하기!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