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진짜 장사 안 됐어요. 평일엔 손님 구경도 힘들었고요.”
속초시내 전통시장 상인의 말이다.최악이라는 말도 나왔다.
최근 속초시는 ‘2025년 1분기 관광 동향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방문객 549만 명, 관광 소비액 38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5%, 7% 증가한 수치다. 또 숙박과 운송 부문 소비는 32% 넘게 늘었다며, 체류형 관광 콘텐츠의 효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가게를 지키는 자영업자, 시장 상인들은 “작년보다 훨씬 어렵다”, “손님이 안 보인다”고 말한다. 통계와 체감 사이에 뚜렷한 괴리가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우선, 통계의 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 ‘549만 명 방문’이라는 숫자가 실제 속초를 다녀간 사람의 수를 의미하는지, 단순 검색량과 빅데이터를 토대로 추정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내비게이션 검색, SNS 키워드 분석 등은 참고자료일 수는 있지만, 소비행위와 직접 연결되진 않는다.
속초관광수산시장, 속초해변이 검색 순위 1·2위를 기록했다고 해서 그 지역 상점들이 실제 매출 증가를 체감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SNS에 ‘힐링’, ‘등산’ 키워드가 많다고 해서 자영업자들의 삶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진짜 통계는 실물경제를 반영해야 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통과 차량 수, 숙박 예약 수, 음식점·전통시장의 카드 매출 변화 같은 직접 지표가 함께 제시되어야 통계에 신뢰가 생긴다. 그래야 지역 상권이 정말 살아나고 있는지, 체류형 관광이 실질적 효과를 내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통계는 정책의 출발점이다. 정확하지 않은 수치에 기반한 정책은 현장을 오도할 수 있다. 체감과 통계의 괴리가 커질수록 행정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게 된다. 특히 속초처럼 관광이 핵심 산업인 지역에서는, ‘실제 돈이 도는 구조’를 면밀히 살피고 반영하는 통계가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건 화려한 숫자가 아니라, 가게 문을 지키는 한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행정이다.
사람보다 숫자가 아니라, 숫자보다 사람이 앞서는 통계.그것이 시민이 체감하는 진짜 성장이다.
윤길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