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청초호 맨발걷기 길 조성은 전형적인 어거지 공사…궤변으로 예산낭비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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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가 4억 3천만 원을 들여 청초호에 또 하나의 ‘맨발 걷기길’을 조성한다고 한다. 이미 영랑호에 황톳길이 있는 마당에, 청초호까지 비슷한 형식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 목적은 ‘시민 건강 증진’과 ‘웰니스 관광 명소 조성’이라지만, 이 계획이 과연 실질적 필요에 기반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사업은 전형적인 어거지 공사이자 궤변으로 포장된 예산 낭비에 가깝다.

청초호는 이미 시민과 관광객이 자주 찾는 자연친화적 산책 공간이다. 걷기 좋은 호반길, 조망이 트인 벤치, 숲이 드리운 쉼터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굳이 여기에 황토와 적운모를 깔고, 맨발로 걷게 하고, 발을 씻는 세족장까지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걷기 성지를 만들겠다”는 발언은, 현실과 동떨어진 홍보 구호에 불과하다. 아무 의미 없는 시설을 조성해놓고 성지라 부르는 것은 행정의 언어 포장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업이 기획 단계부터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영랑호에 했으니 청초호에도 해야 한다는 식의 발상은, 지역 균형발전이 아니라 단순한 복제 행정이다. 차별성과 필요성, 시민 수요 분석은 부재하고, “있으니 또 만든다”는 식의 논리가 당당히 작동하고 있다. 이는 사업이 아니라 관행이요, 발전이 아니라 반복이다.

시민의 세금은 실험이나 기념품 제작비가 아니다. ‘황토는 항균 효과가 있다’, ‘적운모는 혈액순환에 좋다’는 식의 건강 마케팅은 검증된 근거보다 감각적 슬로건에 가깝다. 이처럼 명확한 타당성 없이 ‘힐링’과 ‘웰니스’라는 단어로 포장된 사업은, 결국 필요 없는 시설을 만들어놓고 방치하거나, 유지비만 늘리는 결과를 낳는다. 지금 속초 시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흙길이 아니라 낭비 없는 행정이고, 걷기 위한 인공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보존이다.

걷기란 애초에 ‘자연과 만나는 느린 행위’다. 굳이 맨발로, 굳이 깔아놓은 흙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번 청초호 사업이 진정 ‘시민 건강과 지역 미래’를 위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멈추고 물어야 한다. 이것이 누구를 위한 길인가. 정말 필요한 길인가.
공사는 언제든지 멈출 수 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낭비된 예산과 신뢰는 쉽게 되돌릴 수 없다.

류인선기자

1 개의 댓글

  1. ㅠㅠ 이런 일이
    영랑호 맨발길도 꼭 만들어야 했는지 아쉽기만 한데, 청초호까지
    바로 바다모래밭에서도 얼마든지 걸을수 있는데 ㅠ
    ‘속초는선물, 천혜의자연을 자랑’하면서
    자연을 인공으로 바꾸어 즐기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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