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서 만난 숲의 선물, 은둔과 비경의 양양 미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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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더웠습니다.

에어컨을 틀어도 집 안에만 있는 시간은 오히려 공포였습니다. 지난밤의 열대야는 정말 무시무시했습니다. 더위를 피해 무작정 차를 몰았습니다. 양양을 지나 구룡령을 넘으려다 문득 핸들을 미천골로 돌렸습니다. ‘국립자연휴양림’이라는 안내판 하나가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왠지 그곳에는 시원함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펼쳐진 계곡은 첫인상부터 남달랐습니다. 울창한 숲과 쉼 없이 흐르는 물소리가 계곡 전체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귀가 시원해졌습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식는다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매표소를 지나면서부터는 또 다른 세상이 시작됐습니다. 외길을 따라 이어지는 숲은 하늘을 거의 가려버렸고, 길 전체가 거대한 그늘막이었습니다. 천년의 숲이 따로 없었습니다. 원시림을 연상시키는 깊은 숲은 경외감마저 들게 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가는데도 마치 숲속을 걸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선림원지 안내판이 나타났고, 계곡에서는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차를 세우고 잠시 걸어 내려갔습니다. 바다보다 체감온도가 2도는 낮은 듯했습니다. 계곡물은 얼굴이 그대로 비칠 만큼 맑고 투명했습니다. 손을 담그니 얼음물처럼 차가운 기운이 온몸으로 전해졌습니다.

‘손주들을 데리고 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다시 길을 오르니 오토캠핑장이 나타났고 그곳이 도로의 종착점이었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 텐트를 치고 느긋하게 쉬는 사람들의 모습은 북적이는 해수욕장과는 전혀 다른 여유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미천골은 약 7km에 걸쳐 이어지는 깊은 계곡입니다. 구간마다 풍경이 달라 지루할 틈이 없었고, 조용하고 은밀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습니다.은둔의 정원이랄까.뜨거운  태양아래  숨 죽인듯한 고요와 적막도  좋았습니다.

언젠가 계절이 조금 더 고요해지면 다시 찾아와 이 길을 한없이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궁금했습니다.

왜 이름이 ‘미천골’일까. 처음에는 아름다울 미(美)자를 쓰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니 ‘쌀 미(米)’자를 쓰는 ‘미천(米川)’이었습니다. 통일신라 시대 선림원이 크게 번성했을 때 승려들이 공양을 준비하며 씻은 쌀뜨물이 계곡을 따라 하얗게 흘렀고, 그 모습에서 ‘미천골’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또 다른 전승에서는 절에서 쌀을 씻은 물 때문에 계곡물이 희게 보였다고도 합니다. 지금도 계곡을 따라 자리한 선림원지는 그 오랜 역사를 말없이 품고 있습니다.

이번 미천골과의 만남은 늦은 방문이었지만 폭염이 준 가장 절묘한 선물이었습니다. 시원함을 얻었고, 또 하나의 아름다운 자연을 발견하는 기쁨도 함께 누렸습니다.

이처럼 울창한 숲과 계곡을 잘 보전하고 국민들이 마음껏 쉬어갈 수 있도록 활용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산림경영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숲은 우리에게 넉넉함을 주고, 건강을 주고, 쉼을 줍니다. 그리고 인간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위대한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미천골은 제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계곡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폭염에 지친 몸과 영혼을 잠시 내려놓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곳만큼 좋은 쉼터도 드물 것입니다.

글:변현주(카페 꽃담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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