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국제 카페리 항로가 1년 6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 항로의 재개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반응은 냉랭하다.
잇따른 개설과 중단, 그리고 반복되는 ‘초기 열기–조기 침체’의 악순환 속에, 이번에도 ‘무늬만 북방항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운항사 ㈜지앤엘에스티(GNL ST)는 1만6천 톤급 중형 카페리 지앤엘 그레이스(GNL GRACE호를 투입해 8월 5일부터 주 1회 정기 운항을 시작했다.이 선박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1995년에 건조한 중고 카페리로, 여객 570명과 화물 150TEU, 차량 350대를 동시에 수송할 수 있다.
속초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차례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녀온 뒤 선박이 보름 넘게 속초항 터미널에 정박해 있다”며, “시장 자체가 형성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반복되는 ‘무늬만 북방항로’
속초–블라디보스토크 항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시도되었지만, 지속적으로 실패를 맛봤다.2000년 동춘호를 시발로 가장 최근인 2023년, JS해운이 ‘동방명주6호’를 띄웠지만 6개월 만에 철수하며 허망하게 막을 내린 바 있다.당시도 속초시청의 북방항로 관련 홍보성 장밋빛 전망이 난무했다.
문제는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니다.전문가들은 “이 노선은 의욕만으로 될 사업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러시아의 중고차 수입 규제 등 외부 변수, 여객 수요 부족, 조건부 면허의 불안정성 등 구조적 한계가 뿌리 깊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속초시는 오는 9월 15일, 동명동 사회단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선상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시민과 소통하며 항로 활성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설명회를 두고 “요식행위”, “홍보에 치중한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냉소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앤엘에스티가 보유한 면허는 ‘조건부 외항여객운송사업 면허’로, 사업 안정성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본격적인 확대가 쉽지 않다.지역 내 관광 수요 자체도 크지 않아, 여객 모객 전략의 실효성 역시 불투명하다.
관광 수요 없이, 러시아발 중고차 수출도 제한된 상황에서 이 노선은 여전히 ‘화물 의존형 운영’에 머물러 있다.전문가들은 “이벤트성 개설로는 노선 유지 자체가 어렵다”며, “속초항이 동북아 물류 거점이 되려면 시장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환경여건상 녹록치 않다”고 조언한다.선거가 임박하면 재취항등이 반복되는 데 따른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북방항로’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고 매력적인 단어다.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 노선은 여전히 이용객도, 물류도, 전략도 부족한 ‘껍데기 노선’에 가깝다.
속초항이 진짜 북방 교류의 거점이 되려면, 홍보성으로 울궈먹는 일회성 사업을 넘는 구조적 대안과 긴 호흡의 전략이 절실하다.진짜 항로는 지도 위에만 그려지는 게 아니라, 시장과 사람 속에서 증명되는 것이다.
설악투데이 특별취재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