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몇 장으로 끝나는 마을가꾸기와 달라…돌담·정원·커뮤니티센터·콘텐츠로 공동체에 활력
주민 자발성으로 일궈낸 변화…“살기 좋은 마을” 입소문에 집 내놓으면 팔릴 정도
박남순 전 동해시의원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행사장이든 강의장이든 그가 있는 곳은 분주하다. 동해시를 넘어 강원도 곳곳, 때로는 전국을 오가며 활동한다. 관심 영역도 넓다. 주특기인 시조창은 물론 생태와 산림, 지역 현안에도 관심이 많고 아이디어도 풍부하다.
그런 그가 특별한 애정을 쏟는 곳이 있다. 동해시 부곡동의 부곡돌담마을 협동조합이다.
박 전 의원은 현재 이 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민간조직으로, 부곡리 일대의 돌담마을을 가꾸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일을 해왔다.
시작한 지 4년. 마을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과거 묵호 부곡동 일대는 고만고만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평범한 동네였다.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오래된 주택들이 이어졌지만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것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돌담마을 가꾸기가 시작되면서 풍경이 바뀌었다.
마을길은 한결 정돈됐고 낮은 돌담을 두른 집마다 화초와 텃밭이 들어섰다. 담장에는 화분이 걸리고 골목 곳곳에는 주민들의 손길이 닿았다. 오래된 마을의 정취를 살리면서도 사람이 머물고 이야기가 생기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단순히 깨끗하게 정비한 것이 아니다. 마을에 콘텐츠와 공동체의 활력을 더했다는 점이 이곳의 특징이다.
마을 한편에는 작은 박물관도 마련됐다. 지역의 생활문화와 생산물, 과거 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오래된 마을의 기억을 보존하면서 방문객들에게는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중심에는 커뮤니티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단아한 2층 건물로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들어섰다. 외진 곳에 지어놓고 활용도가 떨어지는 형식적인 커뮤니티센터와는 다르다.
센터에서는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민요와 시조창을 비롯해 그림책 읽기, 스마트폰 활용 교육 등 주민들에게 필요한 강좌가 이어진다. 작은 도서관과 민예품 전시공간도 마련돼 있다.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한다.
박 이사장은 직접 시조창을 지도하며 센터 운영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센터 입구에는 무인장터도 마련했다. 주민들이 직접 기른 호박과 나물 등을 가져다 놓으면 방문객들이 필요한 만큼 사가는 방식이다. 규모는 작지만 주민들에게는 쏠쏠한 재미가 있고, 방문객에게는 마을의 정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다.
이 같은 변화는 마을에 대한 평가도 바꿔놓았다.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집을 내놓으면 금세 팔릴 정도라는 것이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박 이사장은 “덕택에 집값도 올랐다”고 귀띔한다.
단순히 집값이 올랐다는 이야기에 앞서,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부곡돌담마을의 사례는 기존 마을가꾸기 사업과도 결이 다르다.
흔히 마을가꾸기라고 하면 담장에 벽화를 그리고 골목을 정비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부곡돌담마을은 경관을 가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주민 프로그램과 생활문화, 전시와 교육, 작은 장터까지 연결했다.
마을을 하나의 생활공간이자 공동체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박남순 이사장은 말한다.
“공동체가 좋은 방향으로 가는 출발점은 마을입니다. 마을이 잘되고 살기 좋으면 지자체 전체가 좋아지는 것입니다.”
그가 말하는 마을가꾸기의 핵심은 거창한 개발이 아니다. 주민들이 함께 살고, 만나고, 배우고, 작은 소득과 즐거움도 나눌 수 있는 생활공동체를 만드는 데 있다.
특히 부곡돌담마을 협동조합은 지자체나 외부의 일방적인 지원에 기대기보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운영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마을의 변화는 결국 사람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박남순 이사장은 그 한가운데 서 있다. 시조창을 하고 생태와 산림을 이야기하며 전국 곳곳을 누비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자신이 사는 지역의 작은 마을을 꾸준히 돌본다.
힘들지만 주민들과 협력하고 소통하면서 만들어낸 4년의 시간.
그의 역량이 빛을 발해 부곡돌담마을은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잘 꾸며진 마을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나는 마을.
부곡돌담마을의 변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마을을 바꾸는 것은 거대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마을을 아끼고 함께 가꾸려는 마음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의 손으로 만들어가는 부곡돌담마을 협동조합.
그곳에서 공동체의 가능성을 다시 본다.(신창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