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의 최고봉은 대청봉(1708m)이지만, 우리 마음속 진짜 ‘큰 산’은 언제나 울산바위였다. 여덟 개의 봉우리가 제각기 다른 개성으로 하늘을 향해 치솟은 그 형상은, 지근거리에서 볼 때 비로소 완성되는 장엄한 꽃과도 같다. 화가 김정호는 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독수리의 시선으로 포착하여, 마치 우리가 바위 정점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벅찬 감동을 화폭에 담아냈다.
김민기의 노래 ‘봉우리가’가 ‘무조건 올라가서 보자’는 애잔한 열망을 노래했다면, 김정호에게 울산바위는 그 모든 열망을 넘어선, 설악 그 자체이자 초월적인 힘의 화두다. 화면 속 울산바위는 우리가 아는 물리적 높이를 넘어 창공을 향해 거침없이 손을 뻗고 있다.
그 붓끝을 따라 펼쳐지는 화면은 그야말로 눈부신 ‘백색의 잔치’다. 8개의 봉우리가 흰 눈을 이고 만개한 꽃처럼 피어오르고, 그 뒤편으로는 마치 선녀들이 내려와 울산바위를 영접하듯 흰 구름이 군무를 펼친다.
이 무구한 세계, 자잘구래한 분별과 걸림이 없는 천의무봉의 마음 평원이 펼쳐진 캔버스는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단순한 상징과 색감 속에 번득이는 지혜처럼, 그것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부단히 날아오르는 영감의 순간을 포착한 김정호만의 독창적인 예술혼이다.
그는 이미 울산바위 봉우리에 올라 비상중이다.(신창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