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같이 보름만에 재상봉한 ‘대길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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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길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대길이는 믹스견으로 몸무게가 10킬로 정도 나가는 흰색 강아지죠.똘똘하고 귀엽게 생겼죠.제가 분양을 해서 양양 장재터 근처에 사는 언니가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그만 실종된 것이었습니다. 장재터 언니 이야기에 따르면 10월 중순에 장재터 북양양 인터체인지 근처에서 본 게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거예요.

자초지종이 궁금해서 언니 집을 방문해 보니 언니는 대길이가 집을 나간 뒤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해서 얼굴이 무척 수척해져 있더군요.가슴이 무너져 내릴 듯 했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저로서도 언니의 마음을 십분 공감할 수 있었지요.

전단지도 만들어서 길가에 붙이고 근처 이곳저곳을 수소문하고 뒤져도 행방을 알 길이 없고 아무런 연락이 오질 않았습니다.언니는 몸져 누울 정도로 대길이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구요.

그런데 그렇게 낙심한 마음으로 보름정도 지난 11월 2일 믿기지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대길이가 양양 중복리 윤길중 수의사 집 앞에 있더라는 이야기를 근처에 사는 아저씨가 전해왔습니다.

바로 윤길중 수의사한테 연락을 해서 대길이를 확인해 달라고 하니 서울에 출장가 있다고 하기에 아저씨한테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재촉했죠.아저씨가 보낸 사진을 카톡으로 수의사님에게 보냈더니 그 강아지가 며칠전부터 집근처에서 배회했다고 하더라구요.대길이 얼굴을 정확히 알고 강아지 얼굴을 직업적으로 보아온 윤길중 수의사께서 대길이가 맞다고 하니 뛸 듯이 기뻤습니다.

서둘러 집을 나섰죠.그리고 대길이에게 친근하게 접근하는 방법을 생각해서 대길이 엄마를 데리고 갔죠.추수가 끝난 텅빈 논이 펼쳐진 농로 길에서 서성대던 대길이는 엄마를 보더니 단걸음에 달려왔고 그렇게 대길이를 보름만에 찾았습니다.

근데 이 지점에서 참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왜 대길이가 윤길중 수의사 집 앞에서 배회했냐는 것이죠. 사실 장재터에서 중복리 윤길중 집까지는 수킬로 미터 떨어져 있고 고개도 두 개 넘어야 하는 험한 길이죠.그리고 도정에 여러 갈래 길이 있어 거길 안가더라도 어디든 갈수 있는데가 많죠.

대길이가 친절한 윤길중 수의사에게 가면 자신의 생명이 안전하다고 본능적으로 느껴서 그랬을까요.강아지가 영리하다고 하지만 참으로 믿기지도 않은 연결 고리속에서 대길이가 발견되어 집으로 왔다는 게 너무도 신기합니다.

대길이를 키우던 언니는 전단지를 붙이면서 사례금 50만원도 내걸었지요. 이걸 누가 가져야 하는 것인지 언니랑 웃으면서 의논했지요.결국 대길이에게 맛난 것도 사주고 일부는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개와 반려하고 있는지 상당 기간이지만 이같은 경우도 처음입니다.대길이를 다시 품에 안은 언니는 금방 혈색이 회복되어 씩씩하게 일을 하고 있으니 너무도 신기하죠.

이러니 강아지 사랑을 멈출 수가 없지요.대길이,이제 어디 가지 말거라..

김미숙(속초.고성.양양 유기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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