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서 첫 공예전 개최…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의 조형언어로 융합
신예작가 김희수의 공예전이 인사동에서 열려 주목받았다. 이번 전시는 소재와 조형 방식, 시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공예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작가의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김희수 작가가 선택한 소재는 구리와 콩왁스다. 물성이 전혀 다른 두 소재를 결합해 시간과 공간의 흔적을 하나의 형상 안에 녹여낸 것이 이번 작품들의 가장 큰 특징이다.
구리는 오랜 시간의 기억을 품은 금속으로 과거와 기억의 층위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소재다. 작가는 마치 아득한 지층 속에 잠들어 있는 기억을 끌어내듯 구리를 통해 시간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식물성 소재인 콩왁스가 표면을 따라 흐르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의 우주처럼 연결한다.
특히 시간이 흐르면서 구리와 왁스의 색과 표면이 변화한다는 점은 작품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완성된 순간에 작품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색과 형상이 드러나며 또 하나의 창조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은 김희수 공예의 도전성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충남 서산 오석리〉는 이러한 작가의 작업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은 작가 할아버지의 고향인 충남 서산 오석리를 소재로 삼았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구리와 콩왁스지만 그 깊은 곳에는 마을과 길, 동네 풍경, 그리고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시간이 흐르고 있다.
김희수 작가는 “할아버지 집에 다녔던 기억이 새롭고, 그 시간을 다시 불러내 오늘에 드러내 보고 싶었다. 추억이자 현재”라고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캔버스에는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담겨 있다. 이미 소멸했거나 사라지는 공간을 다시 호출하는 동시에 현재의 시점에서 새롭게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때문에 〈충남 서산 오석리〉는 특정한 시간이나 하나의 대상에 시선을 고정시키기보다 과거와 현재의 풍경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작가는 작품의 미래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기대를 내비쳤다. “이 작품도 시간이 지나면서 색을 드러내 새로운 형상을 보여줄 것이다. 그 5년, 10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작품의 완성이 전시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월과 함께 변화하고 생성된다는 의미다.
첫 개인전을 갖는 신예작가임에도 김희수의 작업에서는 뚜렷한 자기만의 방향성이 읽힌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대상의 단순한 형상화가 아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적으로 관조하고, 서로 다른 질료를 융합해 기억과 풍경을 새로운 조형언어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시도는 지극히 아방가르드적이며 새로운 장르에 대한 실험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구리와 콩왁스라는 역발상적인 소재의 결합은 삶과 풍경, 기억과 시간이라는 다양한 요소를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응용 가능성도 크다. 공예를 단순히 물성을 다루는 장르에 머물게 하지 않고 역사적·문화적 기억을 담아내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희수 작가는 명문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에서 수학하고 해외 디자인 업계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금속·도자·목재 등 다양한 재료를 다루며 3D 모델링 기반의 입체 조형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대학교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공예·디자인 교육에도 참여 중이다.
디자인적 감각을 바탕으로 소재와 공간, 시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는 그의 작업은 이번 첫 전시를 통해 본격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의 기억을 현재로 불러내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작품 자체가 다시 변화하도록 만드는 김희수의 공예. 그의 실험적이고 역발상적인 시도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조형언어로 발전할지 신예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신창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