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암 해변 ‘가도’ 앞에서…그냥 앉아 있는 시간의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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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푹푹 찌는 더위였다.

해변이라고 다 시원한 것은 아니다. 햇볕이 가장 뜨거운 시간에는 바다조차 열기를 머금고 있다. 바다도 식을 시간이 필요하다. 저녁 6시 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소 바다는 사람을 품는다.

무거웠던 몸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등에 맺혔던 땀이 사라지는 듯한 청량감이 찾아온다.

이럴 때면 고성 교암리 가도 앞 바다만 한 곳이 없다.

북적이는 해수욕장도 아니고,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도 아니다. 그렇다고 숨겨진 비밀의 장소도 아니다. 그냥 아는 사람은 찾아오는, 은둔지 같은 해변이다.

카페 가도 야외 테이블에 앉아 아이스크림 하나를 시켜 놓고 바다를 바라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해변에서는 연인이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친다. 중년 부부는 아무 말 없이 모래사장을 걷는다. 그 풍경 한가운데 작은 무인도 가도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도를 함께 바라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전설을 믿든 믿지 않든, 그런 이야기를 품고 바라보는 가도는 조금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석양은 교암항 등대 쪽에서 비스듬히 스며들어 가도의 바위 위를 조용히 덮는다. 검푸른 구름이 햇빛을 적당히 가려주니 섬은 마치 수줍은 신부처럼 다소곳한 모습으로 서 있다.

사랑의 섬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만큼 곱다.

가끔은 대화를 하다가도 말이 끊긴다.

하지만 어색하지 않다.

파도 소리마저 잠잠한 바다와 침묵이 서로 호흡을 맞춘다.

지인이 웃으며 말한다.

“이게 바로 물멍입니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끝없이 비어 있는 바다보다, 앞에 가도라는 작은 대상이 있으니 마음이 덜 허전하다. 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마치 무언의 대화 상대처럼 그 자리에 서 있다.

그래서 물멍도 덜 쓸쓸하다.

바다를 오래 바라본 사람들은 안다.

바다는 결코 만만한 자연이 아니다. 산은 그 자리에 머물지만 바다는 늘 움직인다. 잔잔한 수면 아래에도 수많은 표정이 숨어 있고, 파도의 강약은 사람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는다.

오늘만큼은 그런 생각조차 내려놓기로 한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앉아 있는 시간.

호수처럼 고요한 바다와 침묵으로 마주한 가도를 바라보며, 잔잔한 물결처럼 천천히 내려앉는 어둠을 맞이한다.

너무 더웠다.

날씨도 지쳤고, 삶도 조금은 지친 요즘이다.

그럴 때 교암 가도 앞 바다는 말없이 작은 위로를 건넨다.

그것이 소소한 행복이라면 더없이 좋겠고, 행복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이곳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저녁이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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