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군 아야진항 큰마을의 한 주택 마당. 바다 향이 묻어나는 작업장에서 모녀가 나란히 앉아 성게알을 까고 있다. 해녀 어머니 정순덕씨와 딸 김형옥씨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어머니가 바다에서 돌아온 딸을 맞이하고, 딸이 채취한 해산물을 함께 손질하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정순덕 씨는 거진에서 해녀로 평생을 살아왔다. 실향민이었던 남편과 결혼해 고성으로 시집온 뒤,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가계를 꾸리기 위해 매서운 겨울바다에도 물질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은 고성에서 손에 꼽히는 ‘원로 해녀’로 남았다.
이제 그 물길을 딸이 잇고 있다. 김형옥 씨는 한때 직장생활을 했지만, 독립적인 일을 하고 싶어 해녀의 길을 선택했다. “어머니가 물질하는 모습을 어려서부터 봐왔어요. 제가 수영선수 출신이라 바다가 두렵지 않았죠.” 그녀는 물속에서 거침없이 잠수해 성게와 해삼, 전복을 채취한다.
이날 딸이 따온 성게를 어머니가 받아 숟가락으로 정성껏 알을 파낸다. 금빛이 감도는 성게알은 예로부터 고급 식재료로 사랑받아왔고, 수출 효자 품목이기도 했다. “성게알을 까다 보면 손이 힘들지만, 이렇게 모아놓으면 참 뿌듯해요.”
김형옥 씨는 “아야진에 남은 해녀가 몇 분 되지 않지만, 함께 물에 들어가면 동무가 되어 힘이 난다”고 말한다. 군인인 남편도 휴일이면 장모와 아내를 돕기 위해 작업장에서 함께한다.
바다에서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 불황 속에서도 해녀의 물질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해녀라는 직업이 거의 사라져 가는 요즘, 김형옥 씨의 선택은 그 자체로 대단한 결단이다. 어머니로부터 배운 바다의 숨결과 생활의 지혜가, 이제 딸의 손끝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신창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