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와 대책 마련을 주요 안건으로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산불의 특이성과 대응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산불 대책을 첫 국무회의의 핵심 의제로 삼은 것은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예방’과 ‘대응’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피해자 중심의 회복과 보상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이다.
이번 논의가 단순한 재난 대응을 넘어, 이재민의 고통과 행정의 무책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행정의 대응 방식이 있다. 피해목 제거와 조림을 우선시하는 관행이다. 일견 타당해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이재민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 행정은 조림 계획 수립과 성과 관리에 집중하고, 이재민은 제대로 된 보상이나 재기를 위한 실질적 지원 없이 행정 절차에 떠밀리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강원 고성산불이다. 당시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당수가 피해 보상을 둘러싼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산불 직후 고성군은 산주들에게 피해목 벌채에 동의할 것을 강요했다. 진상조사가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절차를 무시한 일방적인 위법 행정이었다. 행정은 신속한 복구라는 명분 아래 실적을 쌓았지만, 이재민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 피나는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산불 대책은 행정 편의가 아니라, 피해자의 삶의 회복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불타버린 삶터를 복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나무를 다시 심는 일이 아니라, 무너진 일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 먼저다. 반복되는 조림 중심의 대응은 이재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자칫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가 실질적인 전환점이 되기 위해서는, 산불 피해 이후의 행정 대응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산불은 자연재해이지만, 그 이후의 고통은 행정의 태도에 따라 줄어들 수도, 증폭될 수도 있는 ‘사회적 재난’이다.
이재민을 구조적으로 소외시키는 관행을 바로잡고, 실질적인 보상과 회복의 정의가 실현되는 새로운 재난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진정한 대책은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신창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