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내공의 국보급 각자장 이창석…”체계적으로 전시할 공간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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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반암 자택 작품 앞에선 이창석 각자장

이창석 각자장.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6호.고성군 반암 자택 벽면에는 그의 목판 작품들이 도서관의 책처럼 꽂혀 있다. 훈민정음 해례를 비롯해 동국정운등 대작들이 즐비하다.이창석 각자장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이다.직접 한자 한자 새긴 주옥같은 목판들이다.

글자나 그림 ,문양등을 목판에 새기는 각자는 목판본 기술은 세계가 알아주는 한국의 자랑스런 유산이다.이창석은 목판,목활자 복원에 주력하고 있다.그가 복각한 작품을 보면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월인석보,무구정광 다라니경등 셀 수 없이 많다.다수의 편액 현판도 만들었다.

그는 안동 한국국학진흥원 퇴계문집 결판본을 다시 만드는 작업에 최근 몇 년 정열을 쏟아왔다.퇴계문집의 내용중에서 목판본이 결손된 부분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퇴계문집은 팔만대장경에 버금 갈정도로 방대하다.일반인들의 접근이 금지돼 있는  6만을 넘어서는 방대한 기록물이다.“여기 문집에 보면 희미하게 보인는 게 원본인데 제가 다시 새긴 것이 옆의 것이죠. 거의 그대로 옮기는 작업이라 품이 말도 못하게 듭니다.”

옛 글자의 모양과 느낌을 그대로 복각하기에 무척 힘든 작업이다. 그의 능력을 알아본 안동과 경주지역에서 20여전부터 그에게 많은 작업을 의뢰하고 있다.올해도 이어질 작업에 대비해서 준비중이다.”그쪽 지방은 현판 하나를 보고 보존하는 안목이 다릅니다.문화라는 인식이 확고하죠.”

그가 지역에서 애정을 쏟는 작업은 후학을 길러내는 일이다.반암 각자전수관에서 각자교실을 매년 열고 있다. 벌써 11년 동안 이어져온 수업이 올해도 3월에 문을 개강한다.초급반과 중급반 두 개반으로 나눠 주말을 이용해 진행하는데 양평 영주등 전국에서 수강생이 오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작가생활을 하는 분도 있다.자연스럽게 목판기술의 맥을 잇는 작업이 되고 있는 셈이다.

지역의 주요 현판을 직접 각자했고 광화문 현판 작업에도 참여했다.그의 각자기술은 국보급으로 정평이 나 있다.전통의 맥을 잇는 그의 독보적인 기술은 고성의 자랑이다.문화저변이 약한 고성의 경쟁력 있는 문화파워다. 박물관을 세워서 전시하면 관광명소도 되고 참으로 훌륭하겠다는 아쉬움이 크다.그는 말한다.“작품이 이렇게 쌓이다 보니 보관하는 것도 녹록치 않은 일이죠. 한군데 체계적으로 전시하고 보관하는 공간이 아쉽습니다.”

그는 작업용 끌과 칼을 보여주었다.여러 상자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도구는 백수십가지는 족히 된다. 그만큼 작업이 섬세하고 정교하다는 의미다.50년 내공의 대가답게 그는 정확하게 칼을 사용하면서 나무를 다루고 있다.망치와 칼이 닿을 때 진동의 강도를 마음으로 헤아리는데 거기서 그의 정교한 작품이 탄생한다.그는 강원도문화상,인쇄문화대상등 많은 상을 받았다.

벽에 걸려 있는 자신의 작품 반야심경을 계묘년 새해 덕담으로 한구절 읽어준다.목판에서 살아있는 경전의 향기가 다르게 전해온다.거실창으로 보이는 반암 바다가 유난히 짙푸르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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