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만에 공개된 숭고한 러브스토리…아내가 남편위해 봉헌한 목조지장보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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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광사 목조지장보살상(속초시립박물관)

사랑에는 시공이 없다.사랑은 흐르고 흐른다. 영원한 반복어다.또한 사랑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고 하는 것도 인류사의 금언이다.이같은 방정식에는 남자가 여자에게,왕이 왕비에게 해주는 식이 상식처럼 돼 있다.이집트 왕 람세스가 왕비 네페르타리에게 신전을 봉헌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보면 문천당에서 아내에게 금반지 서너돈 해준 게 전부인 나는 찌질남이다.

보광사 목조지방보살상을 감싸는 사랑 이야기는 플롯이 이런 통념과 다르다. 부인이 남편에게 선물한 것이다.우리는 이 대목에서 400년전 우리 지역의 산하를 감동시킨 사랑의 애틋한 방식을 본다.불상을 헌정한 것은 신전을 봉헌 한것과 동급이다.조선시대 인조때 한씨 부인 이야기다. 공직에 있던 남편이 저승으로 떠나자  극락왕생을 위해 목조지장보살상을 조성했다.

도대체 그 불상이 어떤지 궁금하다.속초 시립박물관 특별전으로 발길을 옮기자. 보광사 개산 400주년 전시회에 목조지장보살상이 외출했다.복장 유물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키가 작은 아담한 좌상의 불상은 편안하다.눈을 맞추려니 부처님이 웃으신다.평화의 기가 전해온다. 한씨 부인의 결 고운 사랑의 체취가 지금도 전해지는 것일까.

한씨 부인이 사랑한 남편 나업은 누구인가.상선 나업이다.상선은 왕을 보좌하는 내시의 최고 직위다.요즘 말로 문고리 권력인 듯 하다.그는 종1품 승록대부 벼슬까지 올랐다.인조와 효종 두 임금을 모셨으니 충직한 신하였을 것이다.왕을 보좌하고 사신으로 청나라도 출장가고 했으니 얼마나 분주했겠는가.그 부재의 시간 만큼 부인 한씨는 홀로 있었다.

전시실에 놓여 있는 목조지장보살상 복장유물에 실타래를 보니 부인 한씨의 모습이 상상되어 다가온다. 긴긴 밤 실타래를 한올씩 풀면서 그리움을 달랬던 한씨의 마음이 실려 있으리라는 상상도 간다.기다림의 실타래는 남편이 죽은 뒤 불상으로 승화되었다.부인 한씨의 순애보는 나업의 사후 절정에 달했고 목조지장보살상으로 구현되었다.

한씨가 당대 최고의 조각승 초안 스님에게 의뢰했다고 한다.한씨는 이 좌상을 봉안할 때 여러 경전과 서원문을 함께 갖춰 복장했는데 해당 유물 중에는 불교경전 ‘제불여래보살명칭가곡(諸佛如來菩薩名稱歌曲)’이 포함돼 있다.심금을 울리는 사랑의 소나타라고 할 수 있다.

나업은 행복한 사내다.지극정성 부인의 사랑을 받으며 정말로 극락왕생 했으리라 여겨진다.오랜세월 금강산 안양암에 있던 목조지장보살상은 1937년 대홍수시 살아 남아 영랑호 불당골 보광사로 이산가족처럼 왔다.그리고 개산 400년 특별전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부인 한씨 같은 사랑 어디 없는 가요. 저런 여인과 한번 사랑에 빠져 봤으면 하는 소망말이다.여자한테 사랑받는 거 남자할 탓이라고 누군가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어쨌든 나업은 시공을 초월 가장 부러운 사내다. 그리고 부인 한씨의 사랑이야기는  메말라가고 박제화되는 이 시대의 사랑방정식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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