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날고자 하는 자유의지의 몸부림… 멀티 작가 이설윤의 ‘혜음 서예전’ 설악산 마츠 미술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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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으로 들어가는 초입 하도문 마을 우측에 색다른 건축양식의 건물이 나온다.마츠 레스토랑겸 갤러리.이곳 주인인 이설윤씨가  ‘혜음 서예전’을 열고 있다.

전서를 비롯해 다양한 서체의 작품 수십점이 걸려 있다.국전 초대작가의 관록답게 대형작품부터 외글자 까지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는데 예사롭지 않다. 서예전을 열고 있지만 이설윤씨는 딱부러지게 무엇이 전문이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술에서 서예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를 다 소화해 내는 보기 드문 멀티 작가다. 원래 전공인 서양화를 넘어 동양화가,문인화, 서예, 캘리그라피등 전분야를 섭렵했고 각기 분야에서 나름의 경지에 오른 재능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39세에 서예에 입문했다.대학에서 미술 전공하기 전 어린시절투터 글씨을 잘 썼고 끌렸다고 한다.이설윤씨는 “글씨에 일가견이 있는 집안 내력인 듯하다.”고 귀뜸한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지역에서  교사생활도 하다 그만두고 심신이 지쳤을 때 붓을 잡게 되었다.미친 듯이 썼다. 하루 왼종일 글씨만 쓰면 그 아프던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해지면서 기운이 솟구쳤다고 한다.

그는 ”서예가 구원이었다“고 말한다.개인교습도 받으면서 서예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는 속에 서예가 자신의 몸에 맞는 장르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물론 미술 전공자라 전체 구도를 잡는 훈련을 받았기에 유리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타고난 재능에 그의 혼이 불어 넣어지면서 빠르게 실력이 늘었다.

그의 작품에는 응축된 힘이 내재되어 있고 훨훨 날고자 하는 자유 의지가 녹아 있다. 퍼득이려는 모습이 글자의 획이 끝나는 지점에서 살아난다. 이설윤은 말한다. ”그림도 붓이고 서예도 붓을 사용하지만 맛이나 촉감이 다르다. 글씨를 쓸 때 붓이 삭삭 나가면서 끝에서 전해오는 촉감이 너무 황홀하다.“고 토로한다.전시장의 작품을 둘러보면서 그게 그의 내면의 몸부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진하게 느꼈다.그 순간 이설윤은  하늘과 대화라는 영적인 문장을 꺼냈다.세상에서 다 분출하지 못한 그의  에너지가 고비 고비 마다 장르의 변신으로 나타났다고 해야  하나…

그는 여태까지 외국여행을 한번 못 갈 정도로 집중하고 몰두했다.그는 그렇게 할 때가 진정 제일 자유롭다고 말한다.미술의 장르 뿐 아니라 인문학에도 많은 내공을 쌓았고 그런 기운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다. 글씨를 손으로만 써서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고 그래서 그는 공부속에 흐르는 영감을 화선지 위에 모으고 있다.부드러우면서 강한 서체가 거기서 탄생하고 있다.

주문진이 원래 고향이지만 공무원인 아버지 직장을 따라 어릴 적 속초로 이사와 초.중.고를 다녔고 이제는 속초사람이 되었다.문화 시장이 척박한 속초에서 작품 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는 것은 레스토랑을 겸하는 덕택이다.마츠 레스토랑은 고전적인 분위기가 나면서 편안하다. 식사를 하고 나서 전시장을 바로 둘러 볼 수 있다는 세팅도 좋은 모습이다.

미술적 재능이 너무나 넘쳐 압도할 듯한 종횡무진 작품 이야기는 그가 쏟아낼 에너지가 아직 넉넉하다는 의미이다.이설윤의 다음 스토리가 기대된다. 강원대를 졸업했고 한국섬유예술협회 강원도 지회장도 맡고 있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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