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역사의 굴곡을 함께..금강산 정기 빛나는 보광사 400년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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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광사

속초 보광사 관음바위에 서면 발 아래 영랑호를 비롯해서 백두대간의 위용이 장엄하게 펼쳐져 있다.울산바위와 신선대 사이의 낮게 계곡진 산세가 보이는데 그곳이 설악산과 금강산을 가르는 미시령이다. 이 미시령을 기점으로 해서 오른쪽 방향으로는 금강산으로 친다. 거기서 가장 가까운 서 있는 거봉이 신선봉인데 이걸 금강산 제1봉이라고 칭한다. 신선봉에서 1만2천봉 금강산이 시작한다.

2023년 창건 400주년을 맞는 속초 보광사는 바로 저 신선봉 줄기에서 이어져 온 역사다.일제시대 1937년 지금의 터전인 영랑호반으로 내려 오기 전까지 안양암이 신선봉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었다.보광사 관음바위에서 보면 신선봉과 영랑호 그리고 보광사가 일직선상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또한 관음바위와 대웅전 그리고 연지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비록 본래 터전은 옮겨졌으나 정기는 여전히 하나로 흐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조선 인조시대는 혼란이 극에 달했던 시대다. 인조 정권 초인 1623년 금강산 안양암이 세워졌다. 한국 최초의 독일 철학박사이자 수행에서 불교계의 족적을 남긴 백성욱은 1920년대 금강산 수도시절 안양암에 체류하던 때가 가장 의미있었다고 회고록에서 전하고 있다.안양암이 정진의 명소임을 간접적으로 확인할수 있는 증언이다.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지역의 마을인 성천,인흥등 주민들도 국사봉 능선을 따라서 화암사 골짜기 안양암으로 불공을 드리러 다녔다고 한다.

안양암은 1937년 대홍수로 모두 유실돼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이후 속초 보광사에 새로운 터전을 잡았다.그때 본향을 잃고 나그네처럼 함께 온 증인이 안양암 목조지장보살좌상이다. 한씨부인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흐르고 있는 지장보살상은 17세기 목조불상으로 평가르 받고 있고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그날 이후 지장보살상은 보광사를 지키고 있고 내년 400주년을 기해서 일반인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부분은 해방 후 신선봉을 비롯해서 속초지역은 38도선 이북이었다. 6.25전쟁을 통해서 수복되었다.안양암에서 일찍이 시대의 굴곡을 내다보고 미리 속초 영랑호로 하산한 지장보살은 전쟁의 상처속에 피난민 실향민들을 따스하게 품었다.나그네 실향민이 된 지장보살이 중생 실향민을 빛으로 감싸 안아 준 셈이니 이거야 말로 기막힌 인연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안양암에서 정처를 잃은 지장보살이 속초에 도착한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는 대목이다.지장보살은 그렇게 속초를 지켰고 실향민들을 지켰고 사랑을 지켰다.엄혹한 시절 온세상을 환하게 하는 빛을 지켜주고 있었으니 그게 다름 아닌 보광이고 보광사의 작명은 거기서 유래하고 있다.

보광사 400년은 그런 점에서 굴곡진, 파란만장한 지역역사와 동행해온 여정이었고 그 와중에서 신음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사부대중의 영혼을 어루만져 주는 자비의 시간표였다고 할 수 있다. 극심한 혼란의 시대 부처님의 불빛을 밝히고자 신선봉 아래서 태동한 안양암의 정기는 400년을 이어지면서 오늘 보광사에 이르고 있다.

2019년 대형산불이 났을때  안양암 그 아래 마을에서 보광사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불에 탔다.당시 절 주위 나무들은 불에 탔지만 기이하게도 절집은 그을림 하나 없이 온전했다. 지장보살이 지키고 있다는  믿음을 읽는다. 그 역경을 넘어 이제 400년을 맞는 시민의 절접  보광사의 의미는 남다르다.영험한 기도의 기운이 서려 있다는 아름다운 보광사 연지의 연꽃도 이제 여름을 물리고 시든 모습이지만 금강산의 정기는 여전히 연못 수면위에 드리우면서  천년 연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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