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소리,바람소리,몽돌소리…양양 정암리 해변의 교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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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정암리 몽돌 해변은 이름부터 정겹다. 몽돌이라는 게 파도에 씻겨 돌 표면이 맨들맨들 해진 것을 의미하는데 몽돌의 어감이 가장 그렇 듯하게 울림을 준다.후진항 고개 넘으면 펼쳐진 롱비치의 풍경이 속초 외옹치까지 시선을 끌고 가는 보기 드문 일자형 해변이다.

몽돌해변이 주는 사이다 같은 맛은 몇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7번 국도변의 해변이다. 차창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구간이다.어느 해인가 안동에서 고향으로 오던 버스에서 차창 우측으로 바라보던 사납게 파도치던 정암바다의 풍경이 지금도 사무치는 듯하다.

데크길과 모래사장을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 한자지 유의할 점은 몽돌해변 중간쯤 위치한 구 경계초소를 리모델링한 전망대를 중심으로 낙산사 방향은 두가지가 가능한데 물치쪽은 데크길만 가능하다. 해변이 침식으로 좁아져 걷기 썩 좋지 않다.갈때는 데크길을 이용하고 올때는 몽돌을 밟으면서 왕복걷기 재미도 쏠쏠하다.

오늘은 바람도 적절하니 물결도 입체감이 있게 각이 서고 소리도 귓전을 찰랑댄다.파도에 휘감기는 몽돌 소리도 덩달아 운율을 맞춘다. 낙산사 방향으로 바람을 가슴에 한폭 안으면서 걷는다. 해당화 꽃밭이 이어진 것을 발견한 것도 행운이다. 무심결에 지나는데 강한 향기가 코를 붙잡아 멈추어 보니 해당화가 크게 피었다. 해변과 해당화는 궁합이 맞는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 노랫가사도 그런 풍경에서 탄생했다. 더욱이 해당화는 고성군 군화 아닌가. 고성군에서 쉽게 마주하지 못하는 해당화를 양양에서 보는 반가움이 이었다.해당화 차는 일급 차맛이라고 하지 않던가…

헤밍웨이 파크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이 해변이 헤밍웨이가 좋아하던 쿠바해변을 닮지 않았지만 이목을 끌기 위한 작명은 나쁘지 않고 목조 설치물로 잠시 머물게 해준 배려도 나쁘지 않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라 생각하면 더 근사하게 포장된다.

목선이 고기잡이를 하고 갈매기 날고 바닷바람이 볼을 감미롭게 스치는 헤밍웨이 파크는 잠시 삶의 의미를 되새겨 준다.“태양은 결코 이 세상을 어둠이 지배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그래서 아침이면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글귀가 좋다. 우리 삶도 그렇게 날마다 새롭게 떠올랐으면 좋겠다. 몽돌해변의 사이다 같이 탁트인 모습으로.바다를 마주하며  잠시 시선을  고정하니 무거운 기운이 내려 가는 듯하다.

몽돌해변은 이렇듯 감성도 있고 인문적 분위기도 있다.멍 때리면서 걷기도 좋고 사색을 위한 공간으로도 무난한… 바다와 나란히 걷는 일, 특히 이 곳 해변쪽은 건물이 하나도 없는 이상적인 상태의 해변이니 발걸음이 경쾌하다.난개발의 신음소리가 아닌 자연의 원초적 울림만이 가슴에  닿는 부드러움이 충만하다.걸리적 거리는 파열음이 없이 온전히   다가오는 바다. 교향악이 따로 없다.

그래서 매년 봄이면 몽돌해변에 가고 싶고 오늘도 그래서 갔다. 좋았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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