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일출 명소 속초 보광사 관음바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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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사진=설악투데이

매서운 날씨에 속초 보광사 절집도 적막하다.마치 허허 벌판에 서 있는 모습 같다. 그도 그럴것이 작년 산불로 울창하던 소나무가 불타서 벌목을 하고 나니 민둥산이 되어 더욱 그렇게 보였다.

보광사는 늘 곁에 있는 안식처였다. 학교 다닐 때 보광사로 소풍을 갔고,동네 주민들도 이곳 소나무 숲으로 놀러와 한잔하고 춤을 추며 놀기도 했다.시내와 가깝고 영랑호를 지키면서 예사롭지 않은 위치에 있는 점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실제 보광사처럼 시내와 인접하고 있는 절도 드물다.지근거리 만큼 주민들과 마음의 거리도 밀착되어 있어 손쉽게 찾는 곳이었고 지금도 그렇다.고성주민들도 이전에 건봉사나 화암사를 가기 어려워서 보광사를 다녔다. 어머니도 그랬다.

예나 지금이나 보광사 경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미니 골프장은 여전히 인기고,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신기하다.

보광사는 불교문화재를 다수 보관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외견상 눈에 띄는 상징은 관음바위다.산불로 민둥산이 된 뒤부터 관음바위가 올려다 보인다.전설이 서린곳이다. 국선 화랑 영랑이 영랑호에 머물 때 이 바위에서 수련을 하면서 정진을 했다는 이야기가 흐른다.

바람이 차서 그런지 관음바위 뒷산을 오르는데도 숨이 차 온다. 관음바위가 왜 관음 바위인지는 몇가지 포인트에서 감상이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바위의 위치다. 보광사 뒷산에 자리하고 있지만 그 자리는 속초가 갖는 상징적 풍경을 다 아우르는 명당이다. 영랑호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는 것은 기본이고 장사동 앞바다에서 조도 섬에 이르는 속초 앞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잡힌다.저멀리 대청봉과 신선봉 거기에다가 토성면의 운봉산까지 한퐁의 산수화로 잡혀온다.영험하다고 할만하다. 실제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소망을 올렸다.

영랑호 이름의 유래가 된 국선화랑 영랑이 이 바위 위에 올라 앉아 탁 트인 풍광을 가슴에 얹고 기도와 정진을 하면서 심신을 수련했을 법하다.

관음바위 모양의 특이성이다. 여러바위가 한데 뭉쳐 하나의 군을 형성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아이를 등에 업고 있는 형상이라고도 하고 보는이에 따라 다른 해석도 가능하지만 어찌되었든 독특하고 범상한 기운을 느낄수 있다.또한 완전 평면구조를 한 떡판 같은 대형바위는 마치 인공적으로 다듬어 놓은 것 같다.

관음(觀音)이라고 큼직한 글을 거기에 새겨 놓았다.1952년 최홍희라고 적혀 있는데 이분은 태권도 하던 그 사람이다. 옛적에 울산바위나 비선대가는 길의 잘 생긴 바위에 새겨진 글자 같은 모습니다.

관음바위는 속초 일출과 일몰 관람의 최고 명소다.보광사 스님은 “ 관음바위 일출만큼 좋은 장소가 없다.마치 상서로운 정기가 솟아 오르는 광채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2021년 새해 눈부신 첫 태양을 관음바위에서 봐야 겠다.

또한 미시령 너머로 떨어지는 석양이 영랑호에 비춰지는 일몰의 모습 역시 장관이다.티 하나 없는 호수면에 비춰지는 석양빛은 작은 월광곡이 된다.

일출부터 시작해서 한낮에 호수와 푸른 바다 그리고 대서사시 같은 석양,하루 24시간 자연의 경이를 만날 수 있는 명당이라는 평가가 헛말이 아니다.

이 정도면 보광사의 가치는 다의적이다. 지역을 오랫동안 지켜온 마음의 자리를 넘어서 나그네들의 명소로도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관음바위를 연결하는 길이 조성되어 있으나 좀 불편해 보이고 무엇보다도 산불로 황량해진 모습이 영 그렇다. 빠른 시일내에 원상에 가까운 복구작업을 통해서 보광사와 그 주변이 시민들의 마음의 적소로 거듭나도록 정책에서 작업을 해야 할것같다.

영랑호와 보광사를 곁에 두고 언제든지 가 볼수 있다는 것은 지역의 축복이다. 시민공원이 따로 없다. 뭘 붙이고 놓고 할 이유가 털끝 만큼도 없는 곳이다.인접한 만큼 사랑도 깊어지는 법이다.보광사가 불심의 자리를 넘어 시민들 마음의 자리인 이유다.

보광사라는 문화적 자산을 중심에 놓고 다양한 문화가 흐르게 만드는 작업이 영랑호와 그 주변을 더욱더 풍성하게 하는 접근법일 것이고  미래의 방향이 아닐까 싶다.수려한 자연과 문화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 기대되는  적지다.

대웅전 옆에 찬바람을 맞으면서 의연하게 누워있는 와불에 합장을 하고 발길을 돌린다.스산하고 적막하지만 마음이 참 편하다. 오래된 추억으로 돌아와 품에 안긴 듯 보광사와 그렇게 다시 만났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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