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근 칼럼) 청산해야 할 ‘어린 물고기’ 신화…어민이 안 잡아도 다른 포식자가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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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어린 고기는 잡지도 말고 사지도 말자는 포스터를 전국 수협 위판장은 물론 초등학교에까지 배포해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어린 고기를 먹는 것이 자연에 큰 해약을 끼치고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가로막는 식습관이라 믿을 정도로 세뇌 되어 있다. 어린 학생이나 어른들 가리지 않고.

국립수산과학원이 우리나라 어업을 망하게 하는데 여러가지 기여를 많이 하고 있지만, 이중에서도 가장 장한 것이 ‘어린 물고기’ 신화이다. 아무 생각도 안 해보고 그냥 어린 고기를 잡지 말자고 한다.

과학적 사실은 그 반대를 말해주고 있다. 어린 고기를 많이 잡고 많이 먹을수록 지속가능한 어업에 더 가까워진다.

쉽게 보기를 하나 들어보자. (1) 300 kg짜리 참치 한 마리를 먹는 것과 (2) 30 g 짜리 새끼 고등어 1 만 마리 (300 kg)을 먹는 것중 어느 것이 해양생태계에 더 큰 충격을 줄까?

답은 (1) 번이다. 생태(먹이)효율은 약 10%이므로 300 kg 짜리 참치는 평생 새끼 고등어 300 x 10 kg = 3,000 kg = 3 톤 정도를 먹었다. 참치를 가두리 양식해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잘 알 것이고, 넙치를 양식해본 사람이라도 이해를 할 것이다. (1)번이 (2)번보다 10 배 더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에 충격을 준다는 거다.

또 새끼 명태나 새끼 고등어는 어민이 잡지 않고 그대로 바다에 두어도 어차피 90% 이상은 다른 포식생물들에게 먹혀버린다. 어민이 잡았다면 3000 kg 인 새끼 고등어를 잡지 않고 그대로 두면 어차피 참치와 같은 포식자에게 먹혀 참치 살 300 kg 정도로 간다는 말이다.

참치 살 300 kg은 새끼 고등어 살 3톤에 해당한다는 말이고, 참치 1마리를 먹는 것은 새끼 고등어 ’10만 마리’를 먹어 치운 것에 해당한다는 계산이다.

서양이나 일본에서는 큰 물고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미 이런 큰 물고기들은 자원이 고갈되었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나와서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점점 크기가 작은 물고기로 어업 대상이 옮겨가고 있다. 영어로 fishing down 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큰 고기보다 멸치나 노가리, 새꼬시 같은 작은 물고기를 즐겨 먹는 식문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이미 지속적인 어업문화가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다.

어린 고기 잡지 말고 키워서 큰 물고기 잡자는 구호는 서양이 지금 겪고 있는 지속가능 하지 않는 어업 상태로 가자는 말이다.

같은 무게라면 연어, 대구, 참다랑어, 삼치, 방어, 새치와 같이 큰 물고기 1 마리 먹는 것보다 어린 물고기 수 만 마리 먹는 것이 더 낫다. 어차피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일부를 어획으로 잡아야 인류가 먹고 살 수 있다면 당연히 먹이 사슬 가장 아래에 있는 멸치, 노가리, 고도리(고등어 새끼)와 같은 어리고 작은 물고기를 더 잡고 먹는 것이 지속가능한 어업에 도움이 된다는 말.

또 로또 당첨보다 낮은 확률을 뚫고 살아남은 큰 어미 물고기를 잡지 않는 것이 알 생산과 종 보존에도 더 큰 도움이 된다.어린 고기를 잡지 말고,먹지 말자는 구호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라고 강조하고 싶다.

글:정석근 교수(국립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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