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근 교수 인터뷰) 거진 동해바다 명태 귀환 어려워…수산규제 풀어야 어업 살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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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산업계 최고의 화제는 단연 제주대 정석근 교수의 ‘되짚어 보는 수산학’이다.출간되자 마자 업계는 물론 일반 독자들도 뜨겁게 반응하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얼마전에는 국회에서 관련 포럼도 열렸는데 정교수의 논지가 불편했던지  해수부 관계자들이 애써 외면했다고 한다.

수산전문가인 정석근 교수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판박이 원인과 처방에 집도의 처럼 메스를 대고 있기 때문이다.그는 명태가 사라진 이유도 기후변화라고 명쾌하게 진단한다. 비과학이 판을 치는 해양수산 행정을 질타한다.특히 지구 온난화 상황에서 21세기에는 거진에서 과거와 같이 명태가 대량 잡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명산 주산지 지역으로서 그의 논지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정석근 교수를 인터뷰했다.

  1. 명태가 사라진 이유 기후변화 때문이라는데…

수산을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우리나라 바다에 명태가 사라진 이유가 새끼 명태인 노가리를 많이 잡아서가 아니라고 설명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놀라워하면서 그동안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아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듣곤 한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1970년대 쯤에 나온 것으로 보이는 이 출처불명 ‘노가리’ 전설을 아직도 과학적인 이론인 양 믿고 있다.

15년전쯤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여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연구사로 근무할 무렵 주변에서 다들 노가리를 많이 잡아서 요즘 명태 씨가 말랐다고 한다.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인과관계 가설이라면 당연히 오래 전에 논문으로 출판되었을 것이라 보고 검색을 해보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노가리 가설을 뒷받침하는 국제 논문은 단 한 편도 찾을 수가 없었다. 국내 논문을 검색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국립수산과학원 도서관에 보관된 과거 연구보고서를 샅샅이 뒤져도 없었다.

결국 출처는 확인할 수 없었고 막연히 짐작만 할 수 있었다. 1970-80년대에 해녀나 어업인 중 누군가가 노가리를 많이 잡아 명태가 잘 안잡힌다는 말을 했고 그게 펴져 일부 국내 수산학자들까지 받아들이게 되고 다시 대중들에게 전파를 한 모양이다. ‘전설 따라 노가리’이다. 우리나라 수산정책이란게 이렇게 ‘카더라’류 풍문을 토대로 만들어지고 있으니 하도 한심해서 처음에는 어이도 없었지만 지금은 놀랍지도 않다.

  1. 관련 논문도 발표 된 게 있는가?

2014년 여수에서 국제학술대회가 있었는데 명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홋카이도 대학 사쿠라이 교수가 명태에 관해서 발표를 했는데, 우리 동해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진 것은 수산학에서는 잘 알려진 1988년 기후변화가 주 원인이고 아마도 지나친 어획도 일부 역할을 했을 지도 모른다고 평가를 했다. 같은 해 러시아 학자가 발표한 논문을 보면 1980년대 초반에 명태 주 산란장인 북한 원산 앞바다에서 연간 무려 180만톤까지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무렵 우리나라 명태 어획고는 10만톤 이하였다.

북한에서 ‘물 반 명태 반’이라 그물로 잡지 않고 아예 양수기로 퍼올려 잡았다고 전해지는 수백만톤 명태는 노가리가 아니라, 겨울 원산만에 산란하러 몰려온 다 큰 어미와 수컷 명태이다. 따라서, 북한에서 어른 명태를 많이 잡아서 우리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졌다고 하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수긍은 해 주겠는데, 북한과 비교하면 조족지혈에 지나지 않는 노가리 ‘남획’ 때문이라고 자칭타칭 수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아직도 떠들고 있다.

이렇게 출처불명 노가리 ‘뇌피셜’을 토대로 2014년 시작한 해양수산부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나 명태 양식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결국 2020년 국회에서는 세계 최초라고 떠들었던 명태 양식을 ‘대국민 사기극’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1. 그런데도 당국은 왜 치어 방류사업 계속한다고 보는가?

정부 공무원은 오류를 인정하는 것을 싫어한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규모를 줄이더라도 치어 방류사업은 계속할 것이라 본다. 연간 40억 정도는 해양수산부 전체 연구개발 예산에 비교하면 그렇게 큰 돈은 아니다. 연구 목적으로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나무랄 것도 없으나 뻔히 실패한 줄 알면서 계속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문제이다. 과학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발전한다는 것을 행정 공무원들이 잘 모르는 거 같다. 만약 알고도 그러고 있다면 그 동안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가지고 너무 허풍을 많이 쳐놓아서 후임 공무원들도 잘못을 인정하면 그 여파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1. 어민들 생계가 달린 중요 산업인데 지자체에서는 방관자적이다. 돌아오지도 않는 치어 방류도 그렇고 수산정책이 지자체와 유기적 협력도 없고 겉도는 것 아닌가?

강원도 지방자치단체 내부 사정을 나는 잘 모른다. 단지 우리나라 수산정책이나 연구개발사업은 중앙정부인 해양수산부가 주도해서 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단지 사업 부지를 제공하고 대응 연구개발 예산을 지원하는 정도일 것이다.

  1. 거진 동해바다에 명태가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가?

10년전쯤 극동 러시아에서 오랫동안 해양생태계를 연구해온 러시아 과학자가 앞으로 100년 동안 한국 바다에서 명태가 돌아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나한데 호언을 한 적이 있다. 원산과 고성 앞바다 저층 수온이 1980년대처럼 내려가면 명태가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지만, 지구 온난화로 적어도 이번 21세기에는 그럴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도 소량으로 노가기라고 하는 어린 명태는 고성 앞바다에서 꾸준히 잡히고 있지만, 단지 포획 금지 때문에 잡혀도 바다에 버리고 오는 것으로 짐작한다.

6.지역바다는 사실상 고갈 상태다. 항구시설 잔뜩해 놨는데 해마다 어획량이 줄고 있다. 향후 고기잡이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강원도 연안어업 실정을 나는 잘 모른다. 기회가 있으면 한번 가서 현황을 살펴보고, 또 현장 어민들 말씀도 듣고 싶다. 추측하기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따라 어종과 서식지, 주로 잡히는 시기가 크게 변했을 것이라 보는데, 지금처럼 경직된 어선 규모, 잡는 방법, 조업 구역과 같은 일제강점기에 비롯된 100년이 넘게 된 경직된 수산규제는 강원도 연안어업이 바뀌어가는 어업 환경에 적응하는데 족쇄가 되어 왔을 것이라 짐작한다. 이런 경직된 수산규제를 없애거나 줄여서 어민들이 스스로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산규제를 줄일수록 어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지속적인 어업 경영을 할 수 있고 어업이 살아 남을 수 있다. 어업은 경제논리가 아닌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평가하고 또 관련 문화 사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설악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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