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국 칼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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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있지만 가까운 산과 들에는 산수유를 시작으로 매화와 진달래꽃, 개나리꽃, 목련꽃 등등 크고 작은 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다. 늘 그렇듯이 봄은 들뜬 마음으로 찾아온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이지만 봄 같지 않고 어수선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랄까.

지난해엔 봄마다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양간지풍(襄杆之風)의 난동으로 우리의 아름다운 산하와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곳곳에 화마의 상처가 아직 그대로 아물지 못하고 있다. 그 트라우마 역시 만만치 않다.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뼈아픈 흔적들이다.

설상가상으로 올봄은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중국과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판데믹(Pandemic) 상태에 빠졌다. 코로나19는 메르스와 사스에 이어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질환이다. 그 감염력은 엄청난 괴력으로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유럽 선진국과 강대국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인류와 함께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바이러스는 급기야 인류에게 치명적인 공격자가 된 것이다. 그간 문명과 의학의 발달로 인해 인류는 질병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역시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지금의 의료기술은 급속히 진화하는 변종 바이러스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감염자의 침방울이 호흡기나 눈·코·입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전염된다고 한다. 감염되면 약 2~14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과 기침이나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 폐렴이 주증상으로 나타나지만 무증상 감염 사례도 드물게 나오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초기 중국발 바이러스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방역 관계자들이 출입국 공항을 중심으로 검역과 방역에 안간힘을 쏟았다. 정부는 바이러스 감염과 방역상황을 시시각각 공개하고, 바이러스에 노출된 중국 우한지역 교민과 크루즈 관광객을 보호하기 위해 전세기를 투입하여 이송하는 한편, 감염 차단을 위해 이송자 집단격리 수용도 마다하지 않았다.

신속한 진단 검사를 통해 확진자는 급속히 늘어났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확진자의 증가추세는 감염 공포를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지만 정작 공격적인 방역과 차단은 더 이상 확산을 막는데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어느 정도 감염 차단효과를 거두는가 싶었지만 특정 종교 신도들의 집단 감염을 시작으로 걷잡을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상황을 맞았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특정 단체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인한 결과는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일시에 멎게 했다. 그 피해는 일파만파로 늘어났다. 도시 전체가 마비되고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해빙기를 맞아 서둘러 한해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서 사회 모든 흐름이 멈춘 것이다. 학사일정도 멈췄고 계획된 일정 모두 기한 없이 뒤로 미루어야 했다. 고령자와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폐렴과 고열로 죽음에 이르는 안타까운 상황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와중에도 우리 지역엔 아직 감염자가 없어 다행이다 싶다.

관계당국은 선별진료소 운영과 함께 바이러스 보균예상자를 중심으로 자가 격리, 증상별 치료, 생활치료센터 운영 등 다양한 대응전략을 단계별로 시행하고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다. 역학조사를 통해 접촉자와 보균자를 일일이 찾아 방역과 진단 검사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용한 의료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의료 인력과 자원봉사자 등 눈물겨운 노력으로 감염 확산은 이제 다소 진정기미에 들어서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아직 마음을 놓을 단계도 아니고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인들은 감염에 대해 선제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정부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방역 관계자들은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불필요한 외출과 그룹 활동 자제 등 바이러스 예방 안전수칙 준수를 강권하고 있다.

우리 일상생활의 풍경도 변하고 있다. 구내 급식소엔 마주 앉는 대신 일렬로 식사를 하거나 심지어 투명 칸막이 설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만나면 반갑다고 손을 맞잡는 것이 보통의 인사였지만 마스크를 쓰고 서로 경계하는 눈빛의 눈인사로 대신하고 있다. 다소 어색하고 썰렁한 분위기이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의 모습과 풍경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다함께 노력해야 감염의 위기와 공포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다.

이제부터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질병의 공포가 두어 달이지만 그 후유증과 여파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 우려된다.

요즘 감염자가 발생치 않았던 청정지역이라서 수도권에서 많은 상춘객이 찾아들고 있지만 지역 외식업소와 숙박업소, 상가를 좀처럼 찾아들지 않는다. 시장과 상가를 오가는 사람도 적다. 저녁이면 거리를 오가는 사람조차 없다. 걱정스럽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경제 활동이 멈추고 사회 작용이 정지되면서 경제 위기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점진적으로 회복기에 들어섰다 싶었던 경제가 다시 벼랑 끝으로 밀려났다. 경제 위기가 모든 사람들에게 또 다른 고통으로 나타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비록 코로나 역병으로 인해 어수선한 봄이지만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아가는 따뜻한 봄이었으면 좋겠다.

이선국(시인)

필자 약력

강원도 고성 태생,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졸.제3회 문학청춘 신인상 수상.한국문인협회 회원, 문청작가회 회원.고성문학회 고문, 물소리시낭송회 대표.

저서 『길 위에서 금강산을 만나다』 『고성지방의 옛날이야기』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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