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호 다리 건설 반대 1인 시위 1년..”속초의 미래를 지켜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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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가 추진하는 영랑호생태탐방로조성사업에 반대해 영랑호 지키기에 나선 환경단체와 속초시민의 1인 시위가 1년째 계속 진행되고 있다.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과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은 지난해 7월 13일 속초시청 앞에서 “영랑호를 다리로 두 동강 내시겠다고요? 영랑호 다리 싫어요!”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출근길 1인 시위를 시작했다. 2021년 7월 13일로 1인 시위 릴레이는 1년을 맞게 되었다.

속초시는 40억 원을 들여 자연호수 석호인 영랑호 수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이 4백미터, 폭 2,5미터의 부교와 지름 30미터의 수중 데크를 설치하고, 밤에도 다닐 수 있도록 야간조명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1일 긴급입찰로 공사를 발주하고 공사에 착수했다. 관급자재 발주 납품까지 마쳤지만, 시민들의 거센 반대운동과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에 부딪혀 속초시는 현재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계획이 수립되던 2019년 2월 13일 ‘속초시시민중심원탁회의’에서는 영랑호 다리 건설에 대해 참석위원 찬반의견이 엇갈려 원탁회의는 “보다 다양한 주민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속초시에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속초시는 원탁회의가 끝난 지 1주일도 안된 2월 18일 추가 시민의견 수렴도 없이 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해 국도비 사업비 지원신청을 강행했다.

2019년 10월 17일 사업 기본계획 주민설명회에서도 다리(당시 목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의견이 다수 제기되었음에도 속초시는 사업을 계속 밀어붙였다. 당시 속초시는 이 사업과 관련해 영랑호 생태계 조사를 통한 사전 환경성 검토는 일체 없었다. 철새도래지이며, 야생동물 서식지로서 소중한 자연호수의 생태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밀어 붙였다.

주민설명회 이후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은 석호 호수를 가로질러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는 이 사업으로 영랑호뿐만 아니라 동해안 18개 석호 보전에도 큰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판단하고 전면적인 반대운동에 나섰다.

2019년 11월 사업반대 캠페인을 시작한 환경운동연합은 다음해 6월부터 시민 서명전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이 결과 지난해 11월까지 총 8,300명의 시민, 관광객이 영랑호 지키기 서명에 참여했다. 2020년 7월 14일 실시설계중간보고회를 앞두고 환경단체와 속초시민은 7월 13일부터 속초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반대 행동에 돌입했다.

지난 1년 동안 환경단체와 속초시민들은 △영랑호 개발반대 베란다 현수막 걸기 △속초시청 및 만천삼거리, 교동 조훈외과 앞 1인 시위 및 규탄 집회 개최 △영랑호 함께 걷기 등을 전개했다. 특히 영랑호 걷기는 지난 3월 9일까지 모두 170회 진행되었으며, 매주 금요일 동시 1인 시위는 지금까지 모두 34회 진행했다. 아울러 지난 4·5월에는 김현, 은유, 홍은전 작가와 함께 영랑호 걷기도 진행했다.

속초시민들은 지난해 10월 8일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제기해 이 사업의 보조금 일부가 부당하게 신청 수령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시민들은 다시 올해 1월 19일 강원도에 주민감사청구를 제기했다. 지난 4월 20일 강원도 감사위원회는 “예산 의결 전에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수립하여 시의회 의결을 받아야 하는데도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라고 이 사업 진행에 중대한 절차 위반을 확인하는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주민들은 지난 4월 21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해당 사업의 중단을 요청하는 주민소송과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6월 10일 첫 재판에 이어 오는 7월 22일 2차 재판이 예정되어 있다. 속초시의회는 지난 5월 6일 뒤늦게 속초시가 제출한 영랑호생태탐방로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의결해 영랑호를 지키는 시민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2월 23일 속초시민들은 해양수산부에 허위 부실로 일반해역이용협의서를 작성해 영랑호 공유수면 점용허가를 조건부승인으로 받아낸 속초와 평가대행업체를 고발했다. 속초시와 평가대행업자는 법정보호종 수달의 영랑호 서식 사실을 고의적으로 누락하고, 심각한 부교시설 야간조명 피해도 다루지 않았으며, 반드시 이행해야 할 연속조류변화 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현재 이 고발 민원을 조사 중인 해양수산부 담당공무원은 최근에도 “민원이 해결되기 전에는 속초시가 해당 공유수면에서 공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진행된 영랑호 지키기 운동은 속초시가 생긴 이래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한 시민행동이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 등 환경 위기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지금, 아직도 속초시 행정은 마구잡이 토건행정의 구습을 버리지 못하고 지역의 소중한 보물인 자연호수 영랑호를 파헤치려 들고 있다. 속초시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영랑호 개발을 중단하고 영구적인 보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영랑호는 난개발이 심각한 속초의 마지막 생태 보루이며, 속초시민의 휴식처이다. 자연호수 석호 영랑호를 지키는 것은 속초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시대착오적인 토건행정으로 영랑호를 파괴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반드시 영랑호를 지켜낼 것이다.

김안나(속초.고성.양양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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