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현주의 고성여행(4)…솔숲에서 빗소리 듣는 우중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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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단비가 왔다.우중에도 정취가 좋은데가 고성이다. 비바람이 바닷물 위에 튀기며 파도가 밀려드는 해변도 그럴듯 하지만 산중도 분위기 있다.멀리 갈수 없으니 동네 야산이 제격이다.

우중 산책을 했다. 백촌리 마을 앞의 야트막한 산은 숲길이 잘 나 있다.거기서부터 동광초등학교 입구까지 걷는 길은 동네 야산 한바퀴 도는 코스지만 알려지지 않은 고즈녁한 코스다.비와 함께 혼자 걷기 참 좋은 구간이다.

비에 나무도 짙게 젖었다. 바닥에 검불도 빗물이 적셔지니 검붉은 빛이 더 빛난다. 양탄자같은 기분이다. 신발에 폭신한 소리가 울린다.사실 요즘 왠만한 길을 가보면 무분별하게 설치된 데크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해 놓지 않아도 되는 구간에도 데크가 덕지 덕지 붙은 모습은 오히려 걷는 맛을 반감시킨다. 그 점에서 이곳은 평평한 야산의 흙만 밝고 가는 코스라 자연스럽고 편하다.

우중이지만 울창한 솔숲에 비를 어느 정도 가릴 수 있다. 오히려 이럴 때 사진발도 괜찮다.그렇게 해서 조금 걷다 보면 백촌리에서 금화정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군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소나무 울창한 길이다. 아스팔트길을 조금 걷다가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다시 숲길이 이어진다. 차가 다닐 정도의 길 양쪽으로 우거진 나무들이 호위 하듯 서 있고 빗소리는 여전하다.

물먹은 소나무의 물기가 더욱 싱그럽고 나무들도 모처럼 단비에 마구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역시 물이 생명이다. 목이 마르니 더욱 달콤한 게 세상 이치임을 이 고요한 숲속에서 느낀다. 혼자서 그렇게 걷는 우중 걷기에 몸과 영혼이 다 샤워를 하는 기분이다. 상큼하다.

긴 코스는 아니지만 풍요롭게 다가온다. 빗소리에 솔향기가 겹쳐지고 생명이 약동하는 봄기운을 솔숲에서 만끽하는 우중 동네 야산 한바퀴 그래서 좋다.야산도 이렇게 코스연결을 잘하면 얼마든지 입체적이고 재미있게 걸을수 있다.인공적 치장없는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길을 많이 개발하자.오늘은 진하게 솔잎차로 산책의 마무리를 해야 겠다.

변현주(진부령 꽃차농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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