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에 싸먹는 회의 진미..아야진 갈매기 횟집의 특급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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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악투데이

우리지역에서 회를 먹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썰은 회를 초장에 찍어 먹으면 그만이다.아마도 싱싱한 횟감을 즉석에서 먹을수 있다는 여건 때문에 순수하게 회맛을 즐겼던 것 같다. 담백하고 진정 회맛을 즐길 수 있는 순수 레시피가 아니었나 싶다.도시지역에서 많이 하는 상추나 야채에 회를 싸먹는 것은 그 후에 생긴 방식이다.

그럼에도 이것만은 독보적인 방식같다.미역에 회를 싸 먹는 것 말이다. 이는 어느 지방에서도 그다지 통용되지 않는 우리 지역만의 독특한 숨은 비법이다.

아야진 갈매기 횟집에서 그같이 미역에 회를 둠뿍 사 먹었다. 통상 그렇듯이 상차림은 번잡하지 않고 간단명료 하다.고수의 패션이 심풀한 원리같다고 할까.. 넉넉하게 썰어 바구니에 수북하게 담은 회, 미역 접시 그리고 지역특화 막장, 이렇게 3가지다.3박자를 어쩌면 이렇게 잘 맞추었을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미역에 가자미며 광어며 썰은 회를 먹을 만큼 얹고 장을 토핑하면 그만이다. 고추장으로 맞춰도 되지만 역시 검은 빛나는 막장이 최고다.다진 마늘 첨가된 막장은 손으로 쿡 찍어 입에 넣어도 좋은 것이다. 막장은 지역입맛에 오래동안 길들어진 장인데 특히 미역과 막장은 조화가 신비로울 정도다. 막장에 미역을 넣고 보글보글 끓여 먹던 어린시절 입맛은 아직도 유효하다.

여기서 회의 싱싱함이나 예술같은 썰기도 중요하지만 미역의 선도가 빼놓을 수 없다. 갈매기횟집은 1년 내내 미역 공급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김원중 사장은 “요즘 아야진 앞바다에서 미역이 많이 나는데 해녀들이 따는 미역을 전부 수매해서 1년치를  냉장고에 보관한다.”고 말한다.생미역이 아니라 숙성한 미역을 내놓는다. 일급 요리집에서 숙성시킨 회를 내놓는 이치다. 미역이 보드랍고 식감이 부드러워지는 장점이 있다. 이런 냉장 보관법 자체가 일급 노하우다.

미역과 장맛이 골고루 배합되어 입안에 멤도는 회맛은 고소하면서도 싱그럽다. 이럴 때 과식은 기본이다.지역의 특급 레시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진정 회의 진미를 아는 식도락가들이 즐겨 찾는 상차림이다. 상추에 회를 싸먹을 때 이것저것 잔뜩 곁들이면 회맛은 간데 없고 야채만 씹히는 그런 어정쩡한 맛이 아닌 직진으로 혀와 뇌를 자극하는 환상 그 자체다. 이날은 이 집의 특기인 물회를 후식으로 조금 더 추가했다. 그런 순서도 괜찮았다.

정말 모처럼 회를 맛나게 많이 먹었다. 미역으로 싸 먹는 회가 이렇다.아야진 작은 마을 어판장 가는길에  있다.예약 전화 033-635-3385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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