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생겨도 맛있는…속초 삼열이네 횟집 ‘아귀 수육’의 살살 녹는 참맛

0
479

아귀는 우리 지역에서 익숙한 물고기는 아니다.생선이 흔하던 어릴 적 아귀를 먹어본 추억이 없다. 서울에 가서 직장생활하면서 처음 만났다.아귀찜을 대체적으로 시켰고 그것도 마산 아귀찜은 일종의 인증같은 상호였다.미더덕 콩나물이 섞인 아주 매운 맛이 특징이었고 그래서 술안주로 대접을 받는 요리다.

지역에서 아귀를 만났고 그것도 아귀수육이라는 요리로 마주한 건 행운이다.속초  삼열이네 횟집에서 내놓은 아귀 수육은 모양부터 아우라가 다르다.흰살이 소복한 위에 야채가 뜸뿍 올라간 냄비는 보기만 해도 땡긴다.눈으로 봐도 육질이 야들애들하게 보인다.먼저 주인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아귀를 잘 손질해서 토막을 내 데친 다음에 다시 냄비에 넣고 끓인다는 것이다.

그 험악한 모습의 아귀 모양은 간데 없고 순한 양처럼 잘 정돈된 아귀 수육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제일 적합 할 것 같다. 연하고 부드럽다.담백하다. 그런데 수육에 맞는 자체 개발한 소소는 그냥 대접 채 들킬 정도로 일품이다.그냥 수육을 한점 넣고 다음에는 소스에 적시고 해서 자꾸 먹어도 끝이 없다. 밑돌에 놓인 콩나물도 덩달아 아귀에 적셔져 부드럽고 고소하다. 참으로 오묘한 맛을 연출한다. 못 생겨도 맛만 좋으면 된다는 게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이다.다들 원더풀을 연발했다.매운 맛 아귀찜과는 차원이 다르다는데 일치된 의견이었다.

지인들은 연거푸 술잔을 비웠다. 그날 새롭게 준비한 마가목 담금주는 인기였다. 위스키 빛깔 그대로에 향기가 그윽하고 깊었다. 동행은 발렌타인 양주보다 더 고급스럽고 목젖을 적신다고 평했다. 그러고 보니 마가목이 목에도 좋고 여러 용도 약재로 쓴다니 그 술도 그렇겠다 싶었다.

아귀수육에서 아귀를 재발견 하는 식도락은 행운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리를 길어졌고 거나 하게 취했고 다들 배가 불렀다. 기분 좋은 식탁이었다.

신창섭

댓글 작성하기!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