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와 자유가 꽉찬 곳…삼포리 개념호텔 서로재에서 1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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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탓인지 도착하던 밤 조금 쌀쌀했다.삼포 마을 언덕길을 올라 좌측으로 들어서니 오렌지색 불빛이 콘크리트 건물에 매달린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사방이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마치 고목길 같은 입구를 들어서니 중정이 있고 나무들이 서있다.컴컴해서 밖은 정지된 듯했다.

맨끝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향기가 온몸을 감는다.통 유리문의 정원형 베란다의 나무들이 먼저 반긴다. 짐을 그냥 놓고 문을 열었다. 새순이 솟는 나무들이 씩씩해 보인다. 그리고 나서 방을 둘러보는 것을 잠시 뒤로 하고 초록색 의자에 앉았다. 온전히 통유리문을 통해 밖을 응시한다.밤의 정원에 온 듯하다. 유리에 내가 반사되어 보이고 아무것도 없다. 소리도 정지되었다. 고요함이 가득하다. 그냥 멍하니 앉아 있는게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양말을 벗으니 발바닥에 나무결이 보드랍게 닿는다. 발을 바닥에 비벼 보았다 촉감이 매끈하다. 발에 비누칠하듯이. 그리고 나서 이제 서서히 움직이면서 내부 구경에 나선다. 좌측 격자문을 여니 작은 소반이 홀로 외롭게 머물고 있고 하얀침대위에 솔방울 하나가 눈길을 멈추게 한다. 천사가 내려앉은 듯한 저 시트위에 어떻게 올라가야 하나, 뭔가 의식이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속앓이 아닌 속앓이를 한다. 누군가 동행이 있었으면 또 어떻게 하는 게 백의의 천사같은 저 평원의 침대가 향연이 될까?

우측으로 가니 찻잔이 오붓하게 정돈돼 있다. 종발같은 두 개의 찻잔이 귀엽다. 찻물은 조금 있다 끓이기로 하고 세면대에 물을 트니 손끝이 촉촉해진다. 그 옆의 굳게 닫힌문은 화장실문이고 두 개의 유리문은 사우나와 야외 욕조다.

얼른 벗고 싶었지만 참았다. 먼저 물을 틀면서 온도조절 연습을 통해 내 욕망을 조절헤 본다. 저 물을 채우는데 2시간 걸린다고 하니 그 사이 해야할 일을 잠시 머리 굴린다.

하나의 라인으로 정된된 방 구성, 흰색과 나무색 그리고 콘크리트색이 전부인 방, 텔레비전도 없고 리모콘도 없는…이태까지 호텔방에서 하던 익숙하던 행동은 여기서는 잠시 멈춤이다. 그래서 정갈하고 나직하고 온화하다. 명상의 방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아기자기하고 섬세하다. 덜 무겁다.

물에 몸을 담그고 벽 너머에서 들어오는 봄밤의 무채색 향기를 맡는다.몸은 뜨겁고 머리는 상큼한 이중주의 묘한 쾌감,일본 온천여행시 겪었던 체험과 유사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그렇게 몸을 적시고 눕히니 이게 천국이다. 늘어지는 몸에 영혼이 말랑해진다.홀로 물을 지배하는 이 작은 욕망의 자유로움은 뭐라해야 하나.욕조턱에 앉아서 어둠의 밤하늘에 그대 이름 부른다.

이제 침대로 올라가는 순서다.침대만 하나 있는 방, 침대에서 창을 바라보며 나무를 보면서 나무와 함께 자는 ,커튼을 내리지 않고도 잠을 청할수 있을까, 뒤척이다 잠이 안오면 어쩌나..딴 생각이 혼란스럽게 하면서 이 고요를 흐트리면 어쩌나? 아 순백의 설원같은 침대에 누우니 별천지가 따로 없다.

혼자다. 뒹굴고 뒹굴다 숙면을 취하자. 그래도 봄밤이 잠을 방해하면 그냥 멍때리는 밤을 보내자.아무튼 혼자여서 좋다.고요와 자유가 꽉찬 곳,객실이 모두 7개지만 방해되지 않고 격리된 형태로 옆방의 소음이 거스릴 일 없고 친환경을 넘어 친자연적인 최소한의 것으로도 안식이 넘치는 군더더기 없는 서로재의 밤이 그래서 좋다.

추신:정말 잘잤다. 잠 안오면 어쩌나 하는 건 괜한 걱정이었다.폭 안긴듯  양털같은 포근함에 이내 깊이 잠들었고 미명의 시간 새소리에  잠이 깼다.숙면을 못취하는 내게 놀라운 경험이다. 신록이 통창밖에 서서 아침 인사를 한다.자연속에서 하루밤을 보낸것이다.하늘은  수묵화같고 그냥 좋다.천천히  게으름 피우면서,담백하게.침묵의 위안, 고요의 힐링…서로재의 매혹이다.

김형자(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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