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쪽 울산바위 서봉 개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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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재발견, 울산바위 말굽폭포를 다녀왔다.지난 10월 30일 경동대 글로벌캠퍼스가 위치한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번영회가 「설악산 울산바위 말굽폭포 탐방행사」를 개최하였고,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행사라서 참여하였다. 행사 전날 밤에 서울 이태원의 안타까운 사고로 2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 5km 구간의 산행 위주로만 진행되었다.

이번 탐방행사는 2017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네 번째다. 2019년까지 연례행사로 개최하였다가 코로나19로 3년 만에 다시 열린 것이다. 이날 대략 6백 명 정도의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 토성면번영회가 주최 및 주관했지만, 강원도 고성군과 고성군의회가 함께했다. 행사목적이 단순한 설악산 울산바위 단풍구경이 아니라, 토성면에 속하는 울산바위 서봉 등산로를 정규탐방로로 인정해 줄 것을 촉구하는 주민의지가 담겨있는 행사다.

필자의 관심도 여기에 있다. 지금도 울산바위 대부분이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1-2에 속하듯이 예로부터 울산바위는 간성군에 속했다. 울산바위의 옛 지명은 천후산(天吼山)이다.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 45권「간성군(杆城郡)」산천조(山川條)에 “천후산은 고을 남쪽 70리에 있다”는 기록이 있으며, 1650년 유형원(柳馨遠)의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7권,「간성군」 산천조에도 “천후산은 군의 남쪽 70리에 있다. 하늘에서 비나 눈이 오려면 산이 스스로 울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울 후(吼) 천후산이다. 김광섭 향토사학자는 “일부 지리지에 있는 다른 이름 ‘울산(蔚山)’은 ‘울타리를 설치한 모양의 산’이라는 뜻이며, 특히 1884년 간성군수 고영희의 ‘간성읍지’에 처음으로 ‘울산암(蔚山巖)’이 나온다”고 했다, 이때부터 울산바위라는 지명이 민간에서 구비문학을 통해 널리 퍼져 결국 오늘날 울산바위로 정착된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고문서가 울산바위가 간성군에 속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간성 땅에서 오르는 정규탐방로가 없다. 오랜 세월 다녔던 옛길은 언제부턴가 비법정탐방로가 되어버렸다. 주민들의 의견개진이나 동의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필자가 대학에 부임하던 1980대 후반까지는 학사평저수지를 따라 계조암으로 가는 탐방로가 있었다. 이 길도 지금은 비법정탐방로가 되어버렸다.

그동안 여러 차례 토성면번영회가 앞장서서 울산바위 서봉 정규탐방로 개설을 설악산국립공원공단, 환경부 등에 요청해왔다. 그러나 환경훼손을 이유로 매번 거부당했다. 올해 우리지역 방문객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27년 동서고속화철도와 동해북부선이 완공되면 찾아올 휴양관광객수는 예측이 불가하다. 언제까지 설악산 상습교통정체를 감내해야 하는가?

울산바위 휴게소에서 오르는 서봉탐방로가 개설되면 설악산 차량분산으로 교통정체 완화가 기대된다. 소공원보다 훨씬 가까워 주민들의 울산바위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필자는 2015년에 ‘설악산 생물권 전이지역 확대반대추진위원회’ 대표로 시민 1,120명의 반대서명을 받아 속초시 전체를 전이지역으로 확대하려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설악산국립공원공단에 맞서 청와대를 비롯한 11곳의 정부 부처에 반대 서명부를 보내 지켜낸 경험이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 설악산과 같은 산악국립공원이 16개다. 1982년 최초로 설악산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이 되었다. 국립공원1호 지리산의 동식물은 6,977종, 설악산은 4,612종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리산은 아직까지 주민반대로 생물권보전지역 미지정이다. 오직 설악산만 유일하다. 그때 당국은 전이지역이 확대되면 주민소득증대에 기여한다며 지역특산물 브랜드화로 도토리묵을 예로 제시했다. 이에 필자가 도토리는 임산물 불법채취라고 반대했었다.

그 후로 많은 시간이 지났다. 과연 설악권주민은 40년간 무슨 혜택을 받았나? 여전히 규제만 있고 혜택은 없는 국립공원관리정책을 반대한다. 같은 맥락에서 울산바위 서봉을 지역민들에게 돌려주기 바란다. 앞으로 지역민들과 함께 이를 위해 지혜를 모아 나갈 생각이다.

글: 최철재(경동대 평생교육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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