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승 칼럼) 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본 사회적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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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코로나 19로 ‘집콕’생활을 하면서 2016년 방영한 드라마를 며칠에 걸쳐 ‘정주행’(시리즈 작품을 처음부터 쭉 본다는 의미)했다. 유튜브(YouTube)와 넷플릭스(Netflix)의 추천 알고리즘으로 내가 좋아할 만한 드라마를 추천받았다. <도깨비>는 2016년 12월에 방영되었던 tvN 드라마이다.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공유), 그리고 도깨비 신부라고 주장하는 소녀(김고은)와의 사랑 이야기로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는 판타지적인 소재의 드라마이다.

BTS 버스정류장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강원도 주문진 어느 바닷가에 있는 둑에 혼자 생일을 맞은 은탁(김고은)이가 촛불을 훅 불어 끄는 순간 메밀밭에서 놀던 도깨비가 소환된다. 특히 주인공인 공유가 도깨비로 다시 태어난 곳으로 메밀꽃이 가득한 벤치에 앉아 사색에 잠긴 촬영지가 바로 고창 청보리 밭이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로맨틱한 키스와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 곳도 끝이 안보이게 펼쳐져 있는 그 메밀꽃 밭이었다. 메밀꽃의 꽃말은 ‘연인’, ‘사랑의 약속’이다. 두 연인이 사랑의 약속을 한 또 다른 <도깨비> 흔적으로는 캐나다 퀘벡 도시를 가 볼 수 있다.

캐나다 퀘벡 프티 샹플랭(Peti-Champlain)은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도시이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대추색 문을 열면 한국에서 퀘벡으로 순간 이동을 한다. 순간 이동한 퀘벡에서 첫발을 내 딛는 곳이 바로 ‘프티 샹플랭’ 거리이다. tvN 드라마 <도깨비>의 인기와 함께 덩달아 유명해진 퀘백 도시는 캐나다 동부 퀘벡주의 주도이며 도시 전체가 198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 구시가지에 위치한 프티 샹플랭 거리는 미국의 한 미디어 매체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거리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퀘벡의 심장’이라 불리는 프티 샹플랭은 캐나다뿐만 아니라 북미를 통틀어 가장 오래된 번화가이다. 골목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꽃과 수공예 상점들이 줄지어 동화 같은 거리로 유명하고 카페와 레스토랑, 예술 샵, 잡화점 등 독특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어 관광객들의 볼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프티 샹플랭 거리는 <도깨비>에서 김고은이 공유에게 고백한 ‘목 부러지는 계단(Breakneck Staircase)’이 유명한데 1635년에 만들어지고, 술을 마시고 가파른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목이 부러진 일이 많아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렇게 목 부러지는 계단을 조심히 내려오면 캐나다 퀘벡의 프티 샹플랭 거리가 시작된다.

프티 샹플랭의 49개 점포들은 수공예 협동조합에서 운영·관리하고 있다. 협동조합과 조합원은 3-5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임대료는 조합원 총회를 통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이곳에서 지나친 임대료 인상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상황으로 쫓겨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중요한 임대료 인상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프티 샹플랭이 처음부터 늘 이렇게 활기찼던 것은 아니다. 가장 가까운 시기인 1980년대에는 쇠락해 가는 거리로 사람이 오지 않아 상가 건물의 75% 이상이 빈 유령 같은 곳이었다. 만약 프티 샹플랭 협동조합이 없었다면 프티 샹플랭은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건물들이 개인 소유가 되었을 것이다. 그 삭막했던 곳을 지금처럼 활기차게 만든 사람들과 조직은 프티 샹플랭 협동조합이었다. 거리 전체가 미국 자본에 팔려나갈 상황에 한 건축가와 사업가가 골목 내 건물들을 사들였다. 그리고 협동조합을 만들어 조합이 건물을 소유하도록 하고 지역 예술가와 상인들에게 임대했다. 덕분에 퀘벡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지켜질 수 있었다.

프티 샹플랭 협동조합은 아주 특별하게도 역사적이고 문화가 풍부한 장소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장소인 구시가지의 역사와 건축물, 문화를 협동조합이 지키고 있고, 지속가능하도록 한다는 점이 매우 특별하게 다가온다. 자본으로부터 지역과 문화를 지켜 내는 연대의 힘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적 경제의 모습이 아닐까? 드라마 <도깨비>가 두드리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사람 중심의 경제 그 사회적 경제가 우리 사회를 연결하고,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당연한 진리를 기반으로 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사회적 경제를 바라본다.

글:지용승(우석대 교수/ESG 국가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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