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봉리 논두렁에 돌배 나무가 서 있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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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야리 올라가는 방향의 운봉리 길가 논두렁에 품이 제법 너른 나무가 한그루 서 있다.가로수도 아니고 유독 한 그루만이 논두렁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그 옆에는 ‘향원- 원산시민회’라는 돌 표지판이 우람하게 서 있다.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돌과 돌배 나무에는 사연이 있다.

모내기철이라 들녘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쁘고 농부들의 손길은 아침부터 분주하다.엊그제 논 한배미 모내기를 마치고 물도랑을 손 보던 운봉리 황기중이 이장이 들려주는 돌배나무 이야기가 흥미롭다.

돌배나무를 이곳에 심은지는 15년쯤 되었고 가을철이면 돌배가 주렁주렁 달린다.돌배하면 신평리 하천변에 줄지어 서있던 돌배 기억이 있는데 이건 뜬금없이 논두렁에 돌배나무 아닌가.

돌판에 새겨진 원산시민회에 열쇠가 있다.

영북지구 실향민 원산시민들이 논뒤에 야산을 마련,공동묘원을 조성했다.고향의 동산이란 향원(鄕苑) 이름이 거기서 유래한다. 그렇게 하니 여러 어른들이 추석이나 때가 되면 성묘를 왔고 자연스럽게 황기중 이장과 대화가 오갔다.황기중 이장은 부친으로 인해 실향의 아픔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실향민 원산시민들을 위해 향원 입구에 작은 쉼터를 만들어 드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묘목을 구해다가 논두렁 들머리에 돌배나무를 심었다.

나무도 세가닥의 줄기가 있는 보기만 해도 특이한 모양의 멋진 나무다.거기서 뒤를 돌아보면 백두대간의 줄기가 우람한 품으로 다가오니 명당 중 명당이라 할 수 있다. 황이장은 “ 아들 셋을 키우니 다 잘되라는 의미에서 기왕 심는 거 세가닥 나무를 택했다.” 말한다.원산출신 시민들이 향원에 들르는 길에 논두렁입구 돌배나무 그늘에서 쉬었다 가라는 배려 차원에서 심은 나무는 이제 무성하게 컸다.

그 세월의 흐름속에 실향민들도 하나 둘 안 보이기 시작했다.돌아가신 거다.이제 돌배 나무는 마음의 비석처럼 서 있다.

아침부터 이마에 땀이 범벅이 된 모습으로 돌배나무 아래서 잠시 삽질을 멋춘 황기중 이장은 “내가 이렇게 돌배나무에서 쉬게 되었다.”고 말한다.이어서 “세 아들 잘 되라고 세가닥 돌배나무 심었는데 미국에 있는 아들손주가 존스홉킨스 대학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왔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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