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에게 인문학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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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경훈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높다. 하지만 정작 인문학과는 취업률이 나와서 폐과되는 경우가 많고, 문과 학과들 사이에서 인문학과들의 커트라인은 법학과, 경제학과, 경영학과, 언론학과 등에 비해서 낮은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인문학을 어떻게 봐야 할까?

사실 필자는 국어교육과를 전공했고, 철학과 대학원 석사를 나왔으며, 독일유럽법학 박사를 받았다. 석사까지의 학력이 인문학인게 부끄러워서 많이 숨기고 다녔었다. 그리고 인문학과를 전공한 것이 필자의 취업과 커리어에 마이너스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보니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느끼게 되었다. 인문학은 왜 필요한 것인가? 여기서 인문학은 종교와 예술까지도 포함된 개념을 말한다.

첫째, 인간은 몸을 가지고 태어난다. (신체성) 인간의 몸은 생로병사(生老病死)를 피할 수 없다. 요새 평균수명이 과거보다 늘어났다지만, 생로병사를 피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은 영원할 것이라고, 영원히 젊고 건강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죽음을 망각하는 것이 인간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데거는 인간의 신체성(Leiblichkeit)을 강조한다.

인문학은 인간의 신체성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둘째, 인간은 합리적이지 못한다. 인문학보다 법학, 경제, 경영, 과학, 의학, 공학 등이 더 합리적이고 기술적인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인간이란 존재가 100% 합리적일 수 없다. 인간들과의 관계,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외로 합리적인 영역에서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은 인간 심리를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구분하는데, ‘시스템 1’은 직관적이고 무의식적인 느낌, ‘시스템 2’는 복잡한 계산, 주의집중, 이성 등을 의미한다. 우리의 ‘이성’이란 단어는 ‘시스템 2’를 주로 뜻한다.

그러나 카너먼은 ‘시스템 1’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이것은 감정, 감성, 무의식, 본능 등을 의미한다. 인간의 감정적이고 감성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음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것이다. 카너먼의 연구를 통해 인문학, 종교, 예술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셋째, 인간의 가족의 의미를 성찰한다. 현대 사회에서 의외로 ‘붕괴된 가족(broken family)’이 많다. 가족 간에 다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우리는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성찰하고 가족 간의 사랑을 회복해야 한다.

유교에선 효도(孝道)를 강조하며 효도가 하늘의 뜻이며 인간의 당연한 도리임을 강조한다. 불교에선 가족을 사랑하고 잘 모시는 것이 부처님 모시는 것과 같다고 설법한다. 그리스도교의 <성경>에서 부모를 공경하라고 하며, 부모자식 간에, 부부 간에 잔소리를 하지 말라고 언급한다. 우리는 이러한 종교와 인문학을 통해 가족 간의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현대 국가를 법치국가(法治國家)라고 하지만, 실정법의 조문들과 법관들의 판결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 대한민국 민법 제1조 1항에 언급하듯이 “민사(民事)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고 한다. 관습법과 조리는 자연법(自然法, Natural Law)을 의미하는데, 인문학과 종교, 도덕은 자연법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인문학을 통한 도덕성의 회복은 자연법의 회복으로 연결되고, 실정법의 단점을 해결해줄 수 있다. 온 국민의 인문학 진흥을 통해 도리어 법치국가가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강경훈 (독일유럽학 박사,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방문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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