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곡마을 100년 기와에 그리다…한국화가 조정승의 깜짝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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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정승의 기와 그림

한국화가 조정승이 변신을 시도했다.늘 종이와 벗 했던 익숙함과 결별하고 기와를 만났다.화가에게 기와는 편한 화폭이 아닐텐데 그는 해냈고 3점의 작품을 속초미협 송년전시회에 내놨다.

기와에 글씨와 그림을 그린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는 대부분 직사각형의 넙적한 암기와를 사용했는데 조정승은 숫기와를 택했다.

지붕 등줄기에 올리는 숫기와는 둥글고 표면이 좁다. 자연 전체 구도를 잡고 표현해 내기가 녹록치 않다.조정승의 경우 대형 화폭을 선호해서 몇미터씩 하는 대작을 즐겨 그려왔는데 그렇게 작은데다가 회화를 시도했다는게 의외로 다가오기도 한다.

조정승은 말한다.“ 기와 그림작업이 고난도입니다. 물감 채색이 잘 안돼기에 몇 번이고 애를 먹고 하다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기와를 버렸죠.기와표면이 고르지 않습니다.물감이 기와 표면에 먹혀 들어가는 과정을 시도하고 실험하고 완성해 내는 게 만만치 않은 작업임을 실감했습니다.”

고성군의 오래된 전통마을인 왕곡마을에서 구한 100년 된 기와를 사용했다. 기와 자체만으로도 곡선미나 형태가 아름다움을 지녔다.거기에 소나무를 그리고 풍경을 그려 넣었다.기와의 원색은 사라지고  도화지에 수채화처럼 변신했다. 기와의 화려한 외출이랄까. 기와 후면도 매끔하게 채색을 하니 마치 부활한 느낌 마저 준다.굽은 액정화면에 펼쳐진 그림같은 느낌도 준다. 3점이 한세트로 서 있는 모습 또한 새로운 작품처럼 다가오는데 신선하고 독특하다.

조정승은 앉아서 그리는 화가가 아니다. 그는 최근 보광사 전경을 그리기 위해 드론촬영 영상을 몇 번이고 보고 직접 보광사를 수차례 찾아 곳곳을 둘러봤다. 그것도 모자라 겨울추위에 앙상한 나무에 피는 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절집 관계자에게 묻는 끈질김이 있다. 그렇게 하고 나서 몇날이고 처박혀 붓질을 한다.늘 수도승처럼 그리지만 이번 기와작품도  쉽지 않은 자기와의 싸움을 했다고 한다.

자연과 마주하고 표현하는 게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시시각각 형형색색 변하는 자연에서 영감을 포착하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그는 뛰면서 그리고 있다. 대단한 열정이고 그 기운이 화폭에 서려 있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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