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호반의 가장 내밀한 정원..400년 지장보살의 영험한 기가 충만한 보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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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석호 영랑호는 둘레가 8킬로 정도 된다.백두대간 아랫마을 장천 입구에서부터 바닷가 장사동 입구까지 보기 드문 큰 호수다. 호반 어디서 봐도 호수 정경이 훤히 드러나 보이지만 딱 한군데 비밀스럽게 몸을 감추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보광사가 위치한 곳이다. 카페 코모에서 신세계리조트 입구까지 이르는 영랑호 뒤뜰은 어디서도 잘 관찰하기 어려운 비밀스런 정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자락에서 가장 깊은 은둔지가 다름 아닌 보광사 연못 용연정이다. 보광사 경내에 위치하고 있는 용연정 연지는 인공연못이 아니라 영랑호와 연결되어 있는 기이한 부분인데 둘레길이 나면서 수로가 아래로 묻혀 버려 지금의 모습처럼 되었다.

이렇게 비밀의 정원 모습을 하고 있는 보광사지만 주변 사방을 가장 조망할 수 있는 바위가 있고 절집 마당은 운동장처럼 넓다.공간구성이 이렇게 절묘한 게 우연일까? 이 점이 보광사를 더욱 신비스럽게 다가서게 하는 부분이다.사실 시내에 인접한 절인데 보광사에 들어서면 왠지 모르게 깊은 산속 천년 고찰에 들어선 느낌을 받는다.세속과 인접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확연히 다르다.

먼저 관음 바위에 올라가면 설악의 준봉과 동해바다 탁트인 모습이 한점의 장애도 없이 다가온다. 영랑호는 물론이다.그냥 서 있어도 신선이 부르는 듯 하다.그렇게 해서 아래로 내려오면 절 마당이 반긴다. 궁전의 뜨락같이 편하고 넓다. 아이들이 뛰놀기 안성맞춤이다. 이런 여건 때문에 오래전에는 지역주민들의 놀이터 마당으로 제공되기도 했다.시민들과 하나 되는 절집의 모습이다.

보광사 터의 택리지에 관심이 안 갈수 없는 이유다.보광사는 신선봉의 정기를 받은 금강산의 기도 도량이다.전신인 안양암이 신선봉 바로 아래 위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400년전 1623년 금강산에 불심을 내린 안양암이 대홍수로 유실되자 1930년대 속초 보광사로 옮겨온다. 이때 안양암의 부처님인 지장보살좌상이 길을 인도한다. 지장보살의 발길을 따라 도착한 곳이 영랑호반 가운데 가장 내밀한 바로 보광사 터이다.

이 지역이 영랑호반 주변에서 가장 산세가 높고 특이한 곳도 아니다. 그런데도 영랑호의 가장 은밀한 곳이다. 호수도 그렇고 터에 들어서면 깊은 맛이 자연스럽게 속삭인다. 이게 지장보살을 앞세운 선사들의 영기어린 택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기묘한 바위가 영험하다는 것은 알려진 지식이지만 관음바위는 모양도 위치도 성스럽다. 연지에서 올려다 보면 관음바위는 어머니처럼 서 있다.또한 연지는 구름 저편 금강산 신선봉의 영봉과 시선을 같이 하고 있다.해질녁이면 신선봉 저쪽  서방정토의 광채가 구름타고 이곳 용연정에 살포시 내려 앉는다.

연꽃 자태가 유독 아름다운 용연정에서 잠시 자신을 비추는 시간이 좋다.물을 보면서 마음을 닦는 관수(觀水)는 옛사람들이 깊은 생각을 이어가는 중요한 방편이었다.용연정 작은 둘레는 반보 걸음으로 걸으면서 관수명상하기 좋은 곳이다.중간에 대웅전도 쳐다보고 관음바위도 바라다 보면 정말 최고의 자리 아니겠는가.최근에는 보리수 나무도 식재했는데 제법 컸다. 영랑호를 돌다가 경내 용연정으로 들어와서 조용히 연꽃을 바라보고 가는 시민들의 마음이 그러하리라 믿는다.

좋은 호수인 영랑호와 같은 식구지만 다른 맛이고 삶의 시간이 무상하며 인간 또한 흐르는 존재임을 깨닫게 해준다. 부처님의 숨결과 인간 세계 사부대중의 거친 호흡이 만나는 용연정은 보광사의 샘물같은 곳이다.그래서 전문가들이 이곳을 명당이라 지목하고 기도발이 좋은 신령스런 곳이라고 추천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400년 보광사의 기운은 예언처럼 이곳에 미리 자리하고 있었던 셈이다.2019년 지역 대형화재시에도 도량 어디 한군데도 그을림이 없었던 것도 부처님 가피가 작용한 길지라는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2023년 보광사 400년은 이같은 기운을 만천하에 다시 선포하는 시간이다.나눔과 공존 그리고 미래로 향하는 동행의 시간이다.지역민 모두 와서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될 것이다.보광사 400년 공덕이 담긴 황금빛 열쇠를 하나씩 선물받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게 400년 한결같이 이어져온 보광사 정신이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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