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을 망치는 지역개발사업…시설물 만드는 게 능사가 아니다

0
395
사진=김광남

우리나라 어촌 지역개발 정책은 정말 막무가내식이다.내세운 비전은 그럴듯하지만, 그것으로 얻으려고 하는 결과, 기대효과는 정말 억지 견강부회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문재인 정부가 시작한 어촌뉴딜사업이 윤석열 정부 들어 역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표지 갈이만 하고 계속되고 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내가 누차 얘기해 온 것처럼 이 사업이 내세운 어촌소멸 방지와 활력 제고라는 배경과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접근하는 방법과 대응책은 서로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제주로부터 동해안에 이르기까지 여러 지역을 다녀보니 공무원, 주민은 물론이고 심지어 전문가라는 분들조차 관광, 지역경제 활성화를 상당히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역의 수용력은 고려하지 않고 자연과 경관을 해치면서 시설 하나 달랑 만들어 놓는다고 관광이 진흥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다. 우격다짐으로 만들고 색칠하고 조악한 조형물을 설치해 오히려 아름다운 동해안을 해치는 일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이 이런 정말 것을 보기 위해 간다고 생각하는가?

현장에서 툭하면 끌어들이고 내세우는 게 관광객, 방문객이다. 그래서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을 특성에 따라 방문객을 불러들일 마을이 있고 그냥 주민들끼리 잘 먹고 잘사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 최선인 곳이 있다.

내가 현장에서 조언하는 얘기의 핵심은 지역의 종합관광수용력(예를 들어 주민 의식, 교통, 환경, 서비스, 음식, 숙박, 위생, 디자인, 안내, 위협제거, 응대성 등)이 함께 개선, 업그레이드하는 의지, 과정과 결과가 없으면 이런 시설은 잠깐 반짝하고 결국 무용지물이 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우리 어촌에 이런 곳이 한둘이 아니다.

센터, 어판장, 체험장, 가공장, 어구창고 같은 시설물을 잔뜩 만들어 놓고 운영, 소득이 안된다는 곳을 가보면 시설이 부족한 곳은 거의 찾을 수 없다. 문제는 대부분이 수요와 트렌드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지원하고 보자는 철학 부재, 효과 검증도 없는 정부 정책과 일단 지원받고 보자는 어촌의 잘못된 생각이 결합해 만들어낸,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현장이다. 그래서 이런 곳에 대한 대책은 시설을 새로 만들고 리모델링 하는 것이 아니다. 원인과 대안을 정확히 진단하고 가능성 없는 시설은 닫는 것이 오히려 마을과 주민에게 부담을 줄이는 길이다.

찾아와 이용할 사람도 없고 운영할 주민도 없는데 시설만 덩그러니 자리 잡은 공간이 어디 하나둘인가? 특히 소득 창출과 관광 진흥을 위한 시설을 만들려고 하면 수지분석을 분명하게 따져 봐야 한다. 운영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얼마나 들어갈 것인가? 어떤 사업과 프로그램으로 얼마의 수익을 낼 수 있는가? 이걸 따져봤을 때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내 돈을 내서 할 일이라면 이런 짓을 하겠는가? 내 돈이 아니니까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돈이니까 덥석덥석 받아먹는 못된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용역회사가 만들어 낸 멋진 그림이 아니라 주민들 모두가 오랜 시간 논의해서 만든 마을이 나아가야 할 장기적인 큰 그림이 있어야 한다. 그 그림 안에서 작은 사업들이 하나씩 채워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지원하는 정부나 마을에도 이런 틀과 기준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잘하는 마을도 있다. 그런 곳은 리더와 주민이 마을 발전에 대한 철학과 비전, 큰 그림을 가지고 그 틀에서 하나씩 진행하고 있다. 지원을 많이 받는 곳이 훌륭한 리더, 주민, 마을이 결코 아니라는 것은 이런 마을을 가보면 알 수 있다. 뒤돌아보고 멀리 내다봐야 한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글:김광남(도시및지역계획학 박사)

댓글 작성하기!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