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 문제 어떻게 해결 할려구…예산 삭감만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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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 쇼트, The Big Short, 필자 주: 공매도, 즉 주식 가치가 하락하는 쪽에 집중 투자하는 금융 전략 용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헤지펀드 투자 전문가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 ‘크리스천 베일-Christian Bale’ 역)가 충격적인 시장의 진실을 알아차리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미국 주택 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당시 그는 시장의 폭락에 배팅하기 시작한다. 원래대로라면 대출이 불가능했을 밤무대의 스트립댄서 마저 고급 콘도와 주택 다섯 채를 소유하는 세상, 수백 채가 넘는 주택단지에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은 달랑 5명인 세상이 현실이었다. 진짜 문제는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곧 닥쳐올 여파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믿지 않았던 마이클 버리의 예측은 실제로 일어났다.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에 경기 과열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금리를 인상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Sub-prime Mortgage Loan, 필자 주: 미국 내에서 신용이 가장 낮은 등급으로, 실제 상환 능력이 부족한 등급)의 금리가 오르고 상환 능력이 없는 채무자들의 연체율이 증가한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을 구매했던 금융기관들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자 파산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2008년 9월 세계 4위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1850년에 설립된 다각화된 국제금융사)’까지 6,130억 달러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하면서 세계 경제까지 흔들리게 되었다.

미국 역사상 최대의 파산이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이렇게 갑자기 발생했다. 경제 붕괴를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 붕괴는 수십 년에 걸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결과였다. 금융부분의 탈규제화와 공공자산의 민영화가 핵심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부터 시작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은 대표적으로 조합원 소유의 금융기관이었던 ‘주택금융조합’ 등이 주식회사로 전환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각 국가는 ‘긴축재정’과 ‘지역 공공부문 예산의 대폭 삭감’, ‘공공서비스와 사회복지 혜택 축소’로 이어져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들로 확대되어 갔다.

2022년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촛불혁명 이후 우리 사회에 던져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 불균형, 불공정, 불평등으로 사회가 상당히 불안하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말했던 ‘공동의 삶’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정글의 법칙이 엄존하는 현실이 너무 두렵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도덕적 윤리’는 실종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극심한 경쟁과 빈부 격차 속에서 공정성마저 상실해 가는 사회에서 이제는 다른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청년들은 살고 싶은 사회에 대한 갈망이 있다.

2020년 OECD 추정치에 따르면 사회적경제는 유럽연합(EU) 27개국에 걸쳐 1,190만 개의 일자리 비중이 고용의 6.4%를 차지하고 GDP의 약6-8%를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사회적경제 부문의 일자리 비중이 1.1%를 차지한다.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우리나라가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고용률을 EU 나라들처럼 5% 정도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일자리 비중 5%를 2021년 말 기준 대한민국 취업자 숫자에 적용하면 약150만 명이 된다. 사회적경제 부문에서 일자리 150만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2021년 4월 재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직후 대폭적인 사회적경제 예산을 삭감했다. 지난 10년간 시민들의 연대 속에서 성장해 왔던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조직의 양적·질적 성과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다. 오 시장은 사회적경제의 진리를 외면하고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문제를 외면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공공구매, 판로지원, 경영환경 등의 악화로 취약계층 실업과 사회서비스 감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의 예산 삭감은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및 사회서비스 제공,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생명줄을 끊겠다는 것이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 방향이 없는 윤석열 정부도 그렇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들을 위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자본주의 4.0 시대에 사회적경제는 정부와 시장의 영역이 아닌 이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 그리고 이들의 협조를 통해 새로운 경제 질서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경제와 함께하는 것은 당연한 진리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나누고 함께한다’라는 가치와 ‘이익보다는 사람’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언뜻 보면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 바보 같은 이야기일 수 있다. 무엇이 더 소중한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우리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그 해답을 사회적경제에서 찾아야 한다.

글:지용승 교수 (우석대학교/ ESG 국가정책연구소 부소장)

3 댓글

  1. 마지막 구절에 나의 능력을 나누고 함께해야 한다는 말과 이익보다는 사람!!이란 말이 많이 와닿습니다
    혼자살아가기 힘든 세상에 어쩌면 우리가 근본적으로 가져야할 숙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도 감명깊에 전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 사회적 경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고,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3. 사회적 졍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으며,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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