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현주의 고성여행(10)..진부령 흘리 숲길 야생화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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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변현주

진부령 흘리에 갔습니다.꽃차 재료와 수업용으로 사용할 산목련을 따기 위새서죠. 지난번 들렀을 때 아직 꽃봉우리가 작아서 다시 와야겠다는 제 스스로 약속을 지켰죠.

흫리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렙니다. 진부령 정상에서 좌측으로 틀어 마을로 들어가서 폐허가된 리조트 지날 쯤이면 답답하다가 마산봉 입구로 들어서면서부터 완전 달라지죠.진부령 흘리 참 멋진 풍광,지형적 조건에 여러 가지 휴양과 힐링 터전을 일굴 수 있는 적지라고 여겨지죠.

흘리의 봄이 늦다는 것은 산목련이 말해 주죠. 봄바람이 볼을 걷드리고 농사일도 분주한 흘리 언덕을 지나 백두대간 트레킹 코스인 관대바위로 향하는 입구에서 산목련을 만났습니다. 제가 점 찍어 둔 곳이죠.산목련은 꽃봉우리도 집목련과 다르지만 잎이 참 시원한 모양이죠.연두색의 전형이랄까,아무튼 산목련 채취하는 일이 마치 녹색향기를 덤으로 얻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제가 즐겨 다니는 숲길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임도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경사로를 내려 가자 마자 다양한 나무들이 아치형으로 반기며 그늘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독일에는 검은 숲이라고 해서 우거진 숲길이 있다고 하던데 이곳이야말로 고성의 검은 숲이라해도 손색이 없지요. 조금 더운 느낌이 싹 가시는 기분 넘 상큼합니다.

길 양켠으로 녹색 틈에 수줍은 듯 고개 내민 야생화에 걸음을 제대로 걸을수 없는 상황, 당연 설레는 순간이죠.하얀색부터 시작해서 분홍빛 등 다양한 색의 야생화를 하나씩 하니씩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름을 모르는 거는 식물도감을 찾아서 공부를 해야겠죠. 야생화는 크기가 작아서 자세히 봐야 더 아름 답고 이쁘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임도가 잘되어 있어 걷기도 참 좋습니다.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 저편으로 진부령 최고봉 마산봉이 마치 영산처럼 다가오고 어느정도 내려가니 흘리 마을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특이한 산도 시야에 들어옵니다.숲길에서 보는 뷰 한폭의 그림이죠.

식생대가 소나무로만 구성되지 않고 여러 활엽수들이 혼재해 있으니 보기도 좋고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터벅터벅 걷는 길, 이 재미에 빠져 고성귀촌의 삶을 채우고 있는 것이죠.그렇게 한참을 걸으니 휴경중인 밭도 나오고 수북한 잡초에 쑥들이 지천에 널리 모습도 반깁니다.갈수록 울창한 숲에 무엇인가 나타 나려나 했더니 물소리가 귓전을 울립니다. 깊은 산속 작은 계곡입니다. 옹담샘처럼 맑은 물이 원시림의 계곡을 적시고 있습니다.태고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와 오래됨이 침묵처럼 흐릅니다.

이곳이 저의 흘리 야생화 트레킹 코스 1차 종착지입니다.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고 소풍 같은 여유를 가질수 있는 천혜의 트레킹 코스죠.잠시 배낭을 열고 가져간 참외를 물에 담구고 맨손 체조 한번 하고 나서 깎아 먹는 참외맛 ,이거 꿀참외 그 자체죠.부러울거 하나도 없는,나의 천국 같은  순간입니다.

손대지 않은 태고의 그 모습 그대로 ,나무든 꽃이든 저마다의 자리에서 조화를 이루는 이 모습이 흘리 숲길의  매력 아닐까요.참 경이롭습니다. 마치 신선의 계곡에서 잠시 힐링하고 멍때린듯한 숲길 걷기 봄철 노동의 피로를 싹 가져가 버리는 듯했습니다.

진부령 흘리가 이래서 잠재력 무궁무진한 명소죠. 흘리의 산야를 그대로 느끼고 즐기게 하는 좀더 인문적이고 감성적인 접근 노력이 더 필요한거죠.고성관광의 지경을 확장하는 작업도 이런 대목으로 시선이 가야겠죠.꽃을 만나러 가는 길에 덤으로 숲에서 환대받는,보너스 받는 기분입니다. 참 좋은 흘리 오후 였습니다.

변현주(진부령 꽃차농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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