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보다 과학이 먼저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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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석근 제주대 교수

2015년부터 우리나라 해양수산부에서 추진해온 명태 방류 사업, 그리고 이어진 명태 양식 사업은 박근혜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이 명태 방류는 시작부터 그 어려움을 예상할 수 있는 무모한 사업이었다.

이 명태 방류 사업 효과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수년간 해양수산부에서 2백만마리에 가까운 양식장에서 키운 어린 명태 (노가리) 를 방류했는데 고작 4 마리만 잡혔으며, 그것도 운이 좋아 많이 잡힌 편이란다. 명태는 우리 세대에는 1980년대와 같은 명태 풍어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기후변화와 수산생물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라면 누구나 예상했던 결과들이며 듣지 않으려는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에게도 누누이 말했던 내용들이다.

이 명태 복원 사업이 시작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명태가 사라지게 된 원인 진단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노가리를 많이 잡아서 명태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가 30년 가까이 대한민국에서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는데,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문은 전 세계에 전무하다. 국내 논문도 없다. 연구보고서도 단 1 편도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 어구어법중에서 어른 물고기는 제외하고 노가리와 같은 작고 어린 미성어만을 선택적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은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노가리를 많이 잡은 것이 아니고 노가리가 많이 잡힌 것이다. 기초 용어부터 틀렸으니 원인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명태가 많이 잡히는 시기에는 당연히 새끼 명태인 노가리도 많이 잡힐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동해바다에서 1990년대 들어서 명태 어획고가 크게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라는 것이 일본 수산학자들이 펴낸 논문에서 이미 다 잘 설명이 되어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논문이 나와 있다. 우리나라 바다는 육지 38선처럼 아열대 어종과 냉수성 어종 서식지의 경계이다. 기후 변화에 따라 한 어종 서식지가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가거나 북쪽으로 올라가도 우리나라 바다에서는 그 어종 씨가 말라 버린 것 같지만 더 남쪽으로 또는 북쪽으로 가면 여전히 많이 잡히고 있다.

명태는 1990년대 이후 서식지가 북상을 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우리나라 동해안뿐만 아니라 위도가 비슷한 일본 홋카이도에서도 명태 자원량이 크게 줄었고 그 북쪽인 오호츠크해에서는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안 잡히는 명태는 지금도 동해 북단 러시아와 베링해에서는 잘 잡히고 있다. 미국 수산학자에게 들은 이야기는 명태 서식지가 최근에는 베링해에서 북극해로도 계속 북상중이라는 추세라고 한다.

물론 해양수산부에서도 명태 방류 사업을 하면서 이 기후변화 가설을 검토했다. 그러나 기후변화 가설이 일찌감치 배제된 이유중 하나는 1990년대를 전후해서 강원도 고성 앞바다 수온 변화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성급한 유추와 결론이었다. 같은 동해라도 북한 앞바다와 남한 앞바다 수온 변화가 같을 것이라는 막연한 가정을 하였는데 수심 100~200 미터 온도를 보면 고성 앞바다에서는 1990년대 이후 큰 수온 변화가 없었으나 북한 해역인 함흥과 원산 앞바다에서는 수온이 크게 3 도 이상 상승하였고, 반대로 동해 남단인 영일만의 경우 오히려 2도 가량 내려갔다. (이것 때문에 1990년대 이후 아열대어종인 말쥐치 서식처가 동중국해쪽으로 수축되어버렸고, 대신 냉수성 어종인 대구와 청어가 동해남부와 남해안에서 많이 잡히게 되었다.) 즉 기후변화에 따른 명태 서식지 북상이 명태 어획고 격감의 주요 원인이었는데 해양수산부에서는 더 치밀한 검토없이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어, 노가리를 키워 방류하면 명태가 돌아올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해양수산부에서도 이 명태 복원 사업이 잘 안될 것으로 깨달았는지 몰라도 갑자기 명태 양식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었다. ‘세계 최초 명태 완전양식 성공’이라면서 언론에서 크게 보도되고 정부로부터 상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빠진 말이 있다. 전 세계에서 명태를 가공하지 않은 채 즐겨 먹는 나라는 남북한밖에 없다 (물론 일본에서도 명태알은 좋아한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명태 양식에 아예 관심이 없다는데 세계 최초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에서나 크게 떠들었지만 수산전문가들에게 보이는 것은 해양수산부의 놀라운 포장 능력밖에 없다.

명태 완전양식을 일구어낸 연구자들의 노력은 제대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나, 명태 실내 양식에 필요한 차가운 심해수를 끌어올리는데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경제성 문제를 해결하여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첩첩산중 난관이 앞에 놓여있다는 사실부터 제대로 알려야 할 것이다. 더구나 전 세계인이 즐겨 먹는 연어와는 달리 명태는 우리나라 사람밖에 먹지 않아 잘해야 내수용밖에 되지 않는다는 더 암울한 현실은 굳이 자세히 말 안하겠다.

과학이나 사회는 시행착오를 통해 발전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명태 방류와 양식은 실험으로서 얼마든지 할 수 있으며 거기서 교훈을 얻고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면 큰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이 실패한 명태 방류 사업에서 교훈도 못 배우고 똑 같은 오류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북한 해역에서 어쩌다가 남쪽으로 흘러와 소량으로 잡히는 명태를 보호하겠다고 해양수산부에서 포획금지라는 규제를 시작해서 강원도 어업인들이 다른 물고기도 제대로 못잡아 생계를 위협 받고 있다고 한다.

방류한 명태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계획한 것이 명태 포획 금지였는데, 잡히지도 않는 명태를 포획 금지하겠다고 하니 그냥 헛발질이다. 더 문제는 헛발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태탕을 파는 전국 식당이 들썩거리고 있으며 한동안 잠잠했던 일본 수입산 수산물 방사능 괴담 소동을 일으켜 또 어업인과 수산 분야 종사자들 생계를 다시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양수산부는 명태 복원 사업 이전에 명태에 관한 기초 과학연구부터 충실히 하도록 하고 관련 수산 전문가들 의견을 경청하여 고위공무원들 홍보와 선전 도구로 전락한 명태를 시일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제대로 된 과학으로 평가 관리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어업인들 생계를 돕지는 못할망정 지역 수산업을 고사시키려는 명태 포획금지와 같은 헛발질 규제는 즉각 중단하기를 바란다.

글:정석근(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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