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는 백도항을 지킨다…50년 어부 김장복의 갈매기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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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장복 선장(백도항에서)

동트는 고성군 백도항은 경건한 모습이다.갈매기들이 미명을 깨우는 가운데 작업하는 어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장도호 선장 김장복도 마찬가지다.새벽4시 어둠을 헤치고 바다에 나갔다가 7시 못미처 항구로 돌아왔다.오늘도 그리 만족할 수준이 아니다.“고기잡이가 신이 나지 않습니다.잡히는 양도 예전같지 않고 갈수록 걱정입니다.”

김장복 선장은 백도항에서 뼈를 묻고 있는 바다 사나이다. 매일같이 새벽 출항하기를 48년째. 지역 항구의 산증인이다.컴컴한 야밤에 문암 마을 마루턱을 넘어 항구로 나와 댄마 타고 고기잡이 나가던 아득한 시절부터 백도항에서 고기잡이를 해 왔다.나이도 들고 이제 질력이 날만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욕이 넘친다. “이거 보십시오 .이 정도로 어림도 없는 어획량이죠.올 겨울도 마찬가지구요. 그래도 바다는 일터니 나가야죠.아이들 다 키우고 했으니 말입니다”

작업을 마치고 동료들과 도치탕을 끓여 현장에서 허기를 달랜다.새벽 노동의 뿌듯함이 밀려 오는 시간이지만 바다 현실과 마을을 미래를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

그는 태어나 평생 어부로 살아온 터전인 문암과 백도항에 대한 애정이 크다.천혜의 자연환경를 갖춘 백도항과 기암괴석 자연미의 해변 그리고  너른 백사장은 문암의 경쟁력이다. 이를 조화롭게 잘 다듬어 정비해 나가면 소멸위기의 어촌을 살릴 희망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백도항 넘 좋죠. 어릴 적 저 산등성이에서 놀면서 바다가 놀이터 였죠.백도항 저 언덕에서 보는 백섬이 제일 아름답습니다.”

무엇보다도 고기가 많이 잡혀야 한다.하지만 현실은 팍팍하다.어촌에서 일할 사람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그는 말한다.“저는 젊은이 축에 들어가죠. 고령화에 일손 구하는 게 가장 큰 현안이죠.저희 같이 어장 배는 협업을 해야 하기에 인력이 필수입니다.그런데 현실은 암담합니다.” 그는 “ 외국인 선원을 모셔오는 문제 이걸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바다에 희망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만큼 심각하다. 백도항 뿐 아니라 고성군 연안 항구 다 비슷한 상황이다.

해풍에 검게 그을린 바다 사나이 김장복은 이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소멸의 위기를 몸으로 느낀다고 말한다.제도적 뒷받침이 있어 원활하게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답답하다.

김장복은 그래서 새로운 결심을 고민 중이다.오랜 바다 경험과 공동체에서 협업을 기반으로 지역 수산업의 체계적인 진흥을 위한 새 일에 나서볼까 하는 생각이 깊어지고 있다.“수산업도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하던 시대 지났습니다. 체계적이고 투명한 관리 없이 질적 도약을 할 수 없습니다.바다 현장 이야기를 담는 소통이 아쉽습니다”

50년 어부 김장복의 갈매기 꿈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일이다.

윤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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