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리 많이 잡아 명태 씨 마른게 아니다..과학적 근거 수산정책 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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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석근 교수

수산을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우리나라 바다에 명태가 사라진 이유가 새끼 명태인 노가리를 많이 잡아서가 아니라고 설명하면 대부분 사람이 놀라워하면서 그동안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듣곤 한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1970년대쯤에 나온 것으로 보이는 이 출처불명 ‘노가리’ 전설을 아직도 과학적인 이론인 양 믿고 있다.

15년 전쯤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연구사로 근무할 무렵 주변에서 다들 노가리를 많이 잡아서 요즘 명태 씨가 말랐다고 한다.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고 있는 인과관계 가설이라면 당연히 오래전에 논문으로 출판되었을 것이라 보고 검색을 해보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노가리 가설을 뒷받침하는 국제 논문은 단 한 편도 찾을 수가 없었다. 국내 논문을 검색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국립수산과학원 도서관에 보관된 과거 연구보고서를 샅샅이 뒤져도 없었다.

결국 출처는 확인할 수 없었고 막연히 짐작만 할 수 있었다. 1970~1980년대에 해녀나 어업인 중 누군가가 노가리를 많이 잡아 명태가 잘 안 잡힌다는 말을 했고 그게 펴져 일부 국내 수산학자들까지 받아들이게 되고 다시 대중에게 전파한 모양이다. ‘전설 따라 노가리’다.

2014년 여수에서 국제학술대회가 있었는데 명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홋카이도 대학 사쿠라이 교수가 명태에 관해서 발표했다. 우리 동해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진 것은 수산학에서는 잘 알려진 1988년 기후변화가 주원인이고 아마도 지나친 어획도 일부 역할을 했을 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같은 해 러시아 학자가 발표한 논문을 보면 1980년대 초반에 명태 주산란장인 북한 원산 앞바다에서 연간 180만t까지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무렵 우리나라 명태 어획고는 10만t 이하였다.

북한에서 ‘물 반 명태 반’이라 그물로 잡지 않고 아예 양수기로 퍼 올려 잡았다고 전해지는 수백만t 명태는 노가리가 아니라, 겨울 원산만에 산란하러 몰려온 다 큰 어미와 수컷 명태이다. 따라서 어른 명태를 많이 잡아서 우리 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졌다고 하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수긍은 하겠는데, 북한과 비교하면 조족지혈에 지나지 않는 노가리 ‘남획’ 때문이라고 자칭타칭 수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아직도 떠들고 있다.

이렇게 출처불명 노가리 ‘뇌피셜’을 토대로 2014년 시작한 해양수산부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나 명태 양식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결국 2020년 국회에서는 세계 최초라고 떠들었던 명태 양식을 ‘대국민 사기극’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명태뿐만이 아니다. 몇 년 전에는 동해에서 오징어가 안 잡히니 북한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 때문이라고 언론에서 떠들었다. 수산생물 어획고 풍흉 원인을 밝히는 데는 적어도 몇 년은 걸릴 텐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언론에 터뜨리는지 신기해서 또 논문을 검색해보았다. 자연과학 논문은 전무하고 수산경영 국내 논문이 하나 보였는데, 거기서는 북한 입어 중국어선 최근 동향만 살폈지 오징어 어획고 감소 원인을 찍어 말하지도 않았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북한 해역 중국어선수가 5분의 1로 줄었는데도 오징어가 안 잡힌다고 동해에서 아우성인 것을 보면 또 뇌피셜로 끝날 것 같다.

반면 기후변화와 동해 온난화에 따라 명태와 오징어 서식지가 북상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한 국내외 논문은 넘쳐난다. 오징어가 북한 해역 쪽으로 주 서식지를 옮겨 잘 잡히니 중국어선도 돈을 더 많이 벌려고 북한 바다로 더 많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원인과 결과 관계가 거꾸로 되었다.

지금 해양수산부가 추진 중인 대표적인 수산관리정책인 감척사업과 총허용어획량(TAC)을 보면 그것을 뒷받침하는 과학연구 결과 보고서는 모두 대외비로 묶어 일반인은 물론 나 같은 대학교수도 보지 못하게 막아놓았다. 어쩌다가 논문으로 공개되어 나온 것을 살펴보면 심각한 문제점들을 엿볼 수 있다. 불확실한 어획노력량 자료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엉터리 통계분석, 우리나라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 어획량을 반영하지 않은 부실한 연근해 수산자원량 평가, 국경을 넘나들며 돌아다니는 회유성 어종 특징 무시 등등.

출처불명 카더라류 전설이나 비공개 보고서에 기반한 전근대적 수산정책은 그 근거를 모두 공개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논문으로 출판되지 않은 연구보고서는 단순 참고 정도로 삼고, 정책 개발 근거로 활용할 때는 미리 공개해 외부 전문가 비평과 평가를 통해 그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과학에 기반한 열린 수산정책이 어촌을 되살리는 첫걸음이다.

글:정석근교수(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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