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붓길에서 만난 매혹…국전작가 이설윤의 서예 인생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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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갈 때 학원 한번 안다니고 시험을 보러갔다. 다들 입시 스타일을 알고 실기준비를 하고 가던 시절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겁 없이 당돌하게 도전한 것 같다.실기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틀에 얽매이지 않게 그렸고 그게 좋은 평가를 받은듯하다.

그렇게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에 입학했다. 본격적인 미술의 길을 시작한 것이다. 스캐치도 하러다니고 이론과 실기를 배워가면서 캠퍼스 생활은 지나갔다. 그러던 대학시절 4학년 2학기쯤이었다.미학교수님께서 평생숙제를 내주셨다.“서양미술이 한국에 들어와 어떻게 스며들고 어떻게 승화되들었는가?!” 처음엔 내가 해낼수 있을까?걱정이 앞섰다.

교수님께선 자네라면 해볼만한 일이라고 용기를 주셨고 마음을 다잡는데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평생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라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나도 한국인이라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내것으로 만들것인가 하는 나의 문제 이기도했다.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고성군과 속초에서 미술교사생활을 하다가 일찍 접었다.그때 참 힘들었다. 병원에서 9박10일을 보냈다.조직검사 결과 다행히 암은 아니었다.나를 붙들고 일으켜 세우는 일이 급했다. 그 순간 글씨가 내 머릿속을 스쳤다.사는 게 너무 힘들어 통곡의 세월 끝에 다달은 곳이 서예,글씨를 쓰면 살아날 수 있을것 같아 시작했다.따지고 보면 여고시절 서예의 갈망이 싹트고 있었다.여고 시절 전서(산씨반)에 반해서 “언젠가 쉬지 않고 쓸수 있는 때가 오면 시작하리라.”고 마음에 새긴 게 떠올랐다.

대전환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바로 서예를 지도 받으로 떠났다. 삼척으로 향했다.임규선생님 한테 사사받았다.2,3시간 거리를 매주 왕복하면서 글씨 쓰기에 모든 걸 쏟았다.그렇게 무려 만 9년을 다녔다. 내 자신이 생각해도 어떻게 다녔는지 신기할 정도다.내 영혼에 쌓였던 것들을 하나씩 쏟아 내면서 세월이갔다.서예는 내게 평화를 주었다.사계절을 느끼며 좋은 사람들과의 어울림 그곳에는 행복이 있었다. 그렇게 한문서예가 손에 익어갈 때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문인화에 도전해서 7년정도 그렇게 바쁘게 살았다.생각해보면 구원의 시간들이었다고나 할까.

화선지에 스미는 묵향에는 무어라 말할수 없는 황홀함이있다.먹으로 100가지를 색을 표현할 수 있다.붓이 화선지위에서 춤을 추고나면 영혼이 맑아지는 기쁨을 느꼈다.먹을 모르고 무엇을 이야기하랴는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흑백의 화려함이다.사진에 비유한다면 흑백사진이라고나할까? 먹과 화선지의 제맛을 느끼려 서예(한글,한문)를 시작하게 되었다.그때 나이 서른아홉,회화로 시작한 작가생활의 지각전환 서예가 나를 사로잡았다.

이에 비해 한글서예 과정은 많이 힘들었다.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묵묵히 한자한자 마음에 새기듯이 배워 나갔다. 정신적인 결투였다.홀로서기를 체득했다.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연세대 원주캠퍼스로 우리 그림 지도자 과정에 도전.가장 어렵다는 문인화에 입문했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스승인 지호 박채성 선생님은 동갑내기라 항상 친구왔다고 좋아라 했었다.

우리 그림은 또 다른 세계였다.원래 그림쟁이라 그런지 먹,화선지,물감 다함께 느끼고 싶어 문인화를 시작했다.문인화(사군자-30군자),문인화적 산수까지 한국의 산수화를 진경산수 혹은 실경산수라 한다.그에 비해 문인화는 절제와 자유로움이 현대적 개념에 더 가까워 매력을 느꼈고 그 길을 가보았다.

한글서예는 대단한 집중력과 섬세함이 필요하다.판본체(예술성이 가장 높은글씨체다) 정자(고전,현대),반흘림, 흘림(고전,현대)봉서(서간문) 쉽게 말해 편지글을말한다.조화체(조화롭게쓰는 글씨)한문서예는 전서,예서,해서,행서,초서.그리고 목간예 각각 법첩이 장난 아니다. 이런 과정을 득도하듯이 10여년 거쳤다.

홀로서기는 결실을 가져다 주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에 도전했다.국전에 도전해 보니 혼자 작품 구상에서부터 완성까지 언제나 혼자였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글씨를 시작한지 거의 20년이 되었을 무렵 2019년 한글부문 특선, 2020년도 특선,2022년 에는 우수상을 받았다.그 세월이 쌓여 이렇게 꿈을 이룬 셈이다.이젠 프로의 삶이 시작되었다.서예 대선배님 말씀이 이제 시작이야 !라고 하신다.새로운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있다.한 1년을 정신적으로 쉰것 갔다.남은 세월 동안 열심히 신나게 뛰어보자.그렇게 나의 길을 가련다.

돌아 보니 이 서체들을 섭렵하는데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고 내가 계속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확신이 든다.오다 보니 서예가가 되었다.요즘 마츠미술관에서 혜음 서예전을 열고 있다. 그간 배운 서체 작품들이 걸려 있다. 짬을 내서 보며 지난 시간을 반추 하는데 잔잔한  평화가 밀려온다.

곁들여 한가지 더 이야기 하면 내 그림에 호는 우소(해뜰우,높을소)를 쓴다.누군가 호를 보고 “대청봉 꼭대기에 가야 만날 수 있겠군” 했다.내 조국의 아름다움을 내 조국의 향기를 가득 담으려 한다.

글:이설윤(마츠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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